[심층분석] 갈등으로 치닫는 노사정…경사노위서 한국노총 빠지면 노동개혁‘ 난항’

김성서 기자
입력일 2023-06-04 15:44 수정일 2023-06-04 15:45 발행일 2023-06-05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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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건파’ 분류 속 금속노련 간부 연행으로 내부 분위기 급변
노정갈등 풀 대화기구 사라져…내년 최저임금 논의도 악영향
총선 앞둔 여당은 부담·야당은 공세 고삐…“정부 결자해지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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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사진 왼쪽)이 지난 2월 21일 인사차 경사노위를 방문한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경사노위 제공)

대통령 직속 노사정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위기를 맞았다. 경사노위에서 노동계 대표로 참여하고 있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경사노위 탈퇴 가능성을 열어둔 채 사회적 대화 참여 방식에 대해 논의하기로 하면서다. 만일 한국노총이 경사노위에서 빠진다면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도 난항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4일 노동계에 따르면 한국노총은 오는 7일 경사노위 탈퇴를 포함한 사회적 대화 참여 방식을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지난 1일 진행될 예정이던 노사정 대표자 간담회에 불참했다.

지난 2021년 기준 조합원 수 123만8000명에 달하는 한국노총은 노조원의 42.2%가 가입한 제1노총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함깨 노동계를 양분하고 있으며, 과거 보수정권에서도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는 등 비교적 온건파로 분류된다.

그동안 근로시간 개편과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 등 정부의 노동개혁 추진에 따른 노정 관계 악화 속에서도 한국노총의 경사노위 불참은 공식화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민주노총 산하노조 간부의 분신 이후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금속노련) 간부 체포 과정에서 물리력이 행사된 것을 두고 한국노총 내부의 분위기가 변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속노련은 한국노총 산하 조직 중 최대 산별노조인데, 구속을 피한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 역시 수차례 한국노총 위원장 선거에 출마할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 특히 지난 2일 구속영장이 발부된 김준영 사무처장의 경우 평소 노총 내에서 사회적 대화를 주장해 왔는데, 당사자가 구속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는 전언이다.

한국노총이 경사노위 불참을 공식화할 경우 지난 1999년 민주노총이 노사정위원회 탈퇴 이후 노사정 사회적 대화 기구에서 노동계가 빠져버리게 된다. 이에 경사노위 본연의 역할뿐만 아니라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이 좌초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가 노동개혁 과정에서 당사자인 노동계와 대립할 경우 노정 갈등을 풀 대화 기구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내년 총선을 앞둔 여당의 부담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민의힘 노동개혁특별위원회 확대회의에서는 한국노총과의 관계를 복원하는 등 사회적 대화를 위해 경사노위가 일정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언급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야당은 이번 사건을 부각하면서 대정부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 노동 이슈에 대한 합동 청문회와 함께 양대노총과의 공동 투쟁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사정이 함께 풀어야 하는 최저임금 논의도 험로가 예상된다. 김 사무처장은 내년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의 근로자 위원 9명 중 한 명인데, 구속되면서 오는 8일 진행될 회의 참석이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사태를 조기에 수습하기 위해서 정부가 먼저 노동계에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지금 상황에서 한국노총이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기에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당분간 강대강 대치가 이어질 것”이라며 “정부에서 최근 일련의 불필요한 갈등에 대한 유감을 표명하고,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노동개혁에 시동을 건 것은 정부인 만큼 결자해지해 해법을 제시해야 할 것”고 말했다.

세종=김성서 기자 biblekim@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