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경사노위 탈퇴하나… 사회적대화 파국 위기

김성서 기자
입력일 2023-06-04 14:50 수정일 2023-06-04 17:26 발행일 2023-06-05 1면
인쇄아이콘
금속노련 간부 강경진압 반발… 7일 긴급중앙위 열어 탈퇴 논의
기자회견 장소 향하는 한국노총<YONHAP NO-2264>
한국노총 조합원들이 지난 2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지난달 31일 전남 광양제철소 앞 도로에 설치한 높이 7m 철제 구조물(망루)에서 고공 농성을 벌인 김준영 금속노련 사무처장에 대한 경찰 진압 방식을 규탄하며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회견 장소로 향하고 있다.(연합)

정부와 제1 노총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사이 대립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최근 고공농성을 벌이던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금속노련) 간부가 연행되는 과정에서 경찰의 과잉진압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상급단체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대정부 투쟁을 선포한데 이어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탈퇴도 논의하기로 했다. 금속노련은 한국노총 산하 최대 산별 조직이다.

4일 노동계에 따르면 한국노총은 오는 7일 긴급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경사노위 탈퇴를 포함한 사회적 대화 참여 방식에 대해 논의하고, 다음날인 8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이에 대한 기자회견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국노총이 실제로 탈퇴하면 정부와 노동계 사이 공식적인 대화 창구가 완전히 닫히는 셈이라 논의 결과가 주목된다.

앞서 김준영 금속노련 사무처장은 지난달 29일 포스코 광양제철소 앞에서 망루를 설치하고 고공농성에 나섰다. 이는 광양제철소 협력사 중 한 곳이 지난 2020년 작업권을 반납하고 소속 근로자를 해고한 데에서 시작됐는데, 당시 경사노위 중재로 고용승계가 약속됐지만 근로조건 유지를 두고 갈등이 벌어졌다.

이에 금속노련은 광양제철소 앞에서 지난해 4월부터 천막 농성을 벌여왔으나, 상황이 장기화되자 김 사무처장이 직접 망루에 올라 농성을 했다. 이튿날에는 경찰이 김 사무처장을 끌어내리려는 과정에서 이를 막아선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과 충돌했고, 물리력이 행사됐다. 망루에 올랐던 김 사무처장도 지난달 31일 진압에 나선 경찰관에게 강제 진압당했는데, 이 과정에서 부상이 발생했다.

이에 금속노련의 상급단체인 한국노총도 경사노위 탈퇴를 고려하고 나선 것이다. 앞서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을 열고 1일 진행될 예정이던 노사정 대표자 간담회 불참을 선언했다.

한국노총이 경사노위 참여 전면 중단이나 탈퇴를 결정하면 정부한테도 부담이 될 전망이다. 민주노총은 지난 1999년 경사노위 전신인 노사정위를 탈퇴한 뒤 20여 년째 사회적 대화에 불참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노총마저 대화의 끈을 놓는다면 노사정 3자 가운데 한 축이 완전히 빠지게 돼 경사노위 존재 이유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한국노총이 경사노위를 탈퇴하면 내년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기 위한 최저임금위원회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세종=김성서 기자 biblekim@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