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보위, ‘미국 도·감청 의혹’ 국정원 한줄 답변 두고 공방 끝에 파행

김주훈 기자
입력일 2023-05-31 18:29 수정일 2023-06-16 14:11 발행일 2023-05-31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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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국정원장, ‘대통령실 고도 보안 장치 마련’ 답변만 반복…여당, 절충안 반대만”
국민의힘 “국가 안보 문제로 이정도 답밖에 못해…야당, 답변 마음에 안들어 회의 중단”
정보위 출석한 김규현 국가정보원장
김규현 국가정보원장이 3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대통령실 도·감청 의혹 관련 질의 여부를 둘러싼 여야 공방에 국회 정보위원회가 파행됐다. 특히 김규현 국정원장이 이 의혹에 대한 답변을 거부하자, 이에 야당은 반발했고 결국 이외 현안 질의는 이뤄지지 못한 채 산회됐다.

정보위 야당 간사인 윤건영 의원은 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국회 정보위가 파행으로 끝이 났다”고 밝혔다.

그는 “국정원의 현안 보고 후, 민주당 김의겸 의원이 도·감청 의혹에 대한 질의를 했지만, 김 원장은 ‘국정원에서 취급하는 정보가 아니다’라고 답변 자체를 거부하는 뉘앙스로 말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의원이 질의를 이어가자, 김 원장은 “용산 대통령실은 고도의 보안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는 답변을 반복했다고 윤 의원은 전했다.

이에 야당 의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박덕흠 정보위원장은 절충안을 제시하며 중재에 나섰지만 여당이 거부하면서 결국 파행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윤 의원은 “김 원장이 ‘대통령실은 고도의 보완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라는 답변 이외에는 어느 것도 할 수 있다는 답변을 내놓자, 민주당은 정보위를 공개로 진행해 국민 알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했다”며 “그러자 박 위원장은 ‘공개 진행을 할 수 없다’고 말하고 산회를 선포했다”고 말했다.

소병철 의원은 “박 위원장이 다른 현안을 먼저 비공개로 진행하고, 도·감청 부분은 맨 마지막에 공개로 회의하자고 제안했고 민주당도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며 “그러나 여당 측에서 위원장이 내놓은 절충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고 부연했다.

소 의원은 또한 여당과 국정원에 “한미 동맹의 가치를 훼손시키는 발언은 일절 하지 않고, 용산 보안 문제에 대해 민감한 문제가 있다면 제재를 해달라고까지 제시했다”며 “그럼에도 여당 측에선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 원장의 불성실한 답변에 야당은 국정원법 취지에도 맞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일부 여당 의원들도 성실하게 답변해 달라는 취지의 말씀이 있었다”며 “그러나 김 원장은 ‘앞서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전혀 바뀔 게 없다’는 단호한 입장을 보였고, 회의가 꼬이기 시작했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여당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김 원장의 답변 태도에 대해 “국가 안보 관련 기밀이기 때문에 말할 사안이 없고, 용산의 고강도 도청 방지 장치가 구축과 방지 시스템이 고도화됐다는 답변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야당은 국정원장의 답변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정보위 진행을 중단하고 계속 문제를 제기하면서 답변을 끌어내기 위한 여러 요청을 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대통령실 도·감청 의혹 질의를 마지막에 공개로 진행하자는 절충안에 대해선 “지금까지 정보위에서 선별적으로 공개·비공개를 결정한 이유가 없다”며 “앞으로 선례로 남아 반복될 우려가 있다는 원칙 문제이기 때문에 거절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무엇보다 “이후 지속적으로 원만한 회의 진행을 위해 여러 차례 교섭을 했지만,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에 차후 다시 한번 회의를 하는 것으로 예정하고 산회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주훈 기자 jhkim@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