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 전 안전확인부터”…현대중공업, 위험성평가로 재해율 32% 줄여

김성서 기자
입력일 2023-05-30 16:18 수정일 2023-05-30 16:20 발행일 2023-05-30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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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TBM 현장 찾아보니…근로자 위험요인 발굴·개선 한창
작업지시서·AI 활용해 위험 요인 파악…1년간 근로자 사망사고 0건
이정식 “원하청 한몸처럼 상생해야…위험성평가 제도 확산·안착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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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중공업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작업 전 안전점검회의(TBM, Tool Box Meeting)을 진행하고 있다.(HD현대중공업 제공)

“오늘 새벽에 갑자기 비가 와서 그런지 작업을 해야 하는데 상당히 미끄럽네요. 아침인데 컨디션 안좋으신분 있으신가요? 없으시면 작업 시작 전 안전 확인부터 하겠습니다”

지난 26일 울산 동구 소재 HD현대중공업. HD현대중공업의 협력업체 중 하나인 금영산업의 업무팀장은 작업 전 안전점검회의(TBM, Tool Box Meeting)에서 이같이 말했다.

고용노동부 출입기자단과 이정식 장관은 이날 오전 HD현대중공업을 찾아 위험성평가 실시상황을 살펴봤다. 액화천연가스(LNG)를 운반하는 대형 선박 앞에서는 금영산업 소속 지원 10여명이 TBM을 토대로 한 현장 위험성평가가 한창이었다.

30일 노동부에 따르면 조선업은 고소작업과 밀폐작업 등 높은 숙련수준을 요구하는 고위험 작업이 많은 업종인 반면 협력업체·인력 교체가 빈번해 사고위험이 크다. 최근 조선업 사망사고의 70%가 하청업체에서 일어나는 만큼 안전보건관리에 대한 원하청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11월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발표하며 위험성평가에 대해 강조하고 있는데, 최근 고시 개정을 통해서는 상시평가를 신규로 도입했다. 상시평가는 매일 근로자와 TBM을 실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데, 이날 현장방문을 통해 TBM 실시 과정에 대해 살펴볼 수 있었다.

안전모, 보호안경, 방진마스크, 안전벨트 등 안전장비에 대한 점검을 한 협력업체 팀장은 모바일 작업지시서를 활용해 작업 내용을 설명했다. 이는 현장에서 이뤄질 예정인 도장 전 표면 처리 작업에 대해 설명하고, 표준작업지시서를 확인해 작업의 위험성에 대해 평가하는 과정이다.

작업지시서 내에 담긴 추락과 베임사고에 대한 각별한 주의를 당부한 그는 직원들에게 위험 요소를 살펴볼 것을 요청했다. 이에 한 근로자는 블록에 설치된 수직사다리를 오르내릴 경우 떨어질 위험성이 큰 만큼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또 다른 근로자는 안전벨트 고박 상태를 활용해 안전한 작업을 이뤄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론지(선박 보강재) 높이가 높아 마스크를 착용했을 때 시야가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이를 들은 팀장은 근로자들이 말한 유의점을 재차 강조한 뒤 HD현대중공업의 AI 기반 안전사고 예측 시스템에 대해 안내했다. 그는 “맞음 사고 위험이 오전에는 49%, 오후에는 57%나 된다. 아시다시피 AI의 적중률이 상당히 높다”면서 “맞음 사고를 유의해 작업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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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HD현대중공업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작업 전 안전점검회의(TBM, Tool Box Meeting)이후 안전 구호를 외치고 있다.(고용노동부 제공)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말 기준 임직원이 1만2000명에 달하지만, 최근 1년간 근로자 사망 사고가 단 한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특히 위험성평가를 적극적으로 확산한 이후 재해율이 큰 폭으로 감소했는데, 올해 1분기 재해율은 지난해 1분기에 비해 32% 줄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안전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점은 예측이 힘들다는 것이다. 불안정한 행동 등이 공존하기 때문”이라면서 “시스템적인 노력을 통해 위험성평가를 나서고, 위험도가 높은 것부터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근로자가 위험할 때 작업중지권을 요청하는 경우도 많았다. HD현대중공업 현장을 둘러보니 ‘현장 내 위험 요인 발견 시 연락하면 즉시 조치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현수막이 여기저기 내걸려 있었다. 이는 현장을 잘 아는 근로자가 작업을 중지할 권한을 줘 미리 사고를 예방하겠다는 취지다. 실제로 지난 1년간 작업중지권이 활용된 사례는 875건에 달한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블록 핸드레일 파손으로 떨어짐 위험이 있어 비상전화에 신고해 긴급복구반이 현장 조치 후 작업을 재개하거나, 조명등이 꺼져 조명설치팀이 투입돼 복구하는 사례도 있었다”면서 “작업발판·안전난간, 조명등, 환기설비 등으로 인해 안전작업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날 함께 위험성평가를 살펴본 이정식 장관은 “직접 작업을 하는 근로자들이 자유롭게 위험 요소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보완하니 사고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창업주인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사고가 나면 3류·4류 기업’이라고 말했다고 하는데, 이러한 정신을 잘 기억하고 있는 듯 하다”고 말했다.

또 “안전에 있어서 만큼은 이번에 개편된 위험성평가를 토대로 원하청이 한 몸처럼 상생해야 한다. 원청이 협력업체의 안전보건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는 여러 가지 지원에 앞장서야 할 것”이라며 “정부도 위험성평가 제도 확산·안착과 함께 원하청 상생 지원 확대 등 필요한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성서 기자 biblekim@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