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기금 수익률만 쳐다보는 정부… 국민연금 개혁 ‘지지부진’

이정아 기자
입력일 2023-05-30 16:19 수정일 2023-05-30 17:59 발행일 2023-05-3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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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납부(PG)
(사진=연합)

올해 1분기 국민연금 기금 운용 수익률이 6.35%로 발표되면서 정부는 한시름 돌린 모양새다. 수익률과 손실금에 따라 적립금 규모가 변동되고 이는 곧 기금소진 시기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금 전문가들은 국민연금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선 기금의 투자 수익률보다 본질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하루빨리 연금개혁을 서둘러야 한다는 뜻이다.

30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민연금 기금 운용 수익률은 6.35%(잠정)를 기록했다. 이 기간 수익금은 58조4000억원, 기금 평가액은(적립금) 953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이 기간 기준수익률(벤치마크) 대비 국내 주식 수익율은 0.05%포인트 초과했다. 해외 주식과 국내 채권, 해외 채권 또한 각각 0.57%포인트, 0.11%포인트, 0.06%포인트 상회했다. 모든 자산 부문에서 투자 성과가 나타난 것이다.

국민연금 기금 수익률 6.35%는 해외 주요 연기금 중에서도 단연 1위다. 국민연금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노르웨이국부펀드(GPFG)의 수익률은 5.9%다. 네덜란드공적연금(ABP)과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는 각각 2.3%, 3.6%를 기록했다.

이로써 국민연금은 작년 최악의 수익률(-8.22%·잠정)로 인한 손실금 80조원 중 상당 부분인 58조원을 만회했다. 이는 올해 들어 3개월 만에 낸 성과임을 볼 때 연말까지 안정적인 회복세가 예상된다.

이에 복지부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정부의 국민연금 개혁 방향이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모수개혁’에서 기금 수익률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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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월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고 “국민연금이 국민의 소중한 노후자금을 잘 지킬 수 있도록 기금운용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후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는 제5차 재정추계를 발표하면서 기금투자 수익률을 1%포인트 올리면 기금 고갈 시점을 5년 늦출 수 있다고 발표했다. 연금개혁보다 기금 투자수익률이 강조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연금 전문가들은 국민연금 제도의 지속가능성에서 기금 투자 수익률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경고한다.

일례로 미국 금융시장의 뮤추얼 펀드 데이터에 따르면 시장 평균 대비 1%포인트의 초과 수익을 달성할 가능성은 0.4%에 불과한데 국민연금이 향후 70년간 1%포인트의 초과 수익을 올린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관계자는 “연금개혁 과정에서 기금 수익률을 개혁 방안으로 강조하는 것은 번지수를 잘못 짚은 것”이라며 “기금 투자 수익률은 기금 운용의 방식이지 제도 개혁의 대상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우창 카이스트 산업 및 시스템공학과 교수는 “기금은 재정안정과 소득보장의 간극을 메우는 장치이지 개혁의 1순위는 아니다”라며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연금개혁이 늦어질수록 미래세대의 부담은 늘어난다. 하루빨리 연금개혁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이정아 기자 hellofeliz@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