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라떼] 반복되는 ‘거부권 정국’…전직 여야 의원들 “국정운영 부담 가중될 것” 우려

김주훈 기자
입력일 2023-05-27 09:11 수정일 2023-06-16 13:59 발행일 2023-05-27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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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경 “거부권 고민만으로 부담될 것…여야, 수면 아래 접촉 필요”
홍일표 “거부권 행사 국민 보기에 불편…민주당도 입법 남용 그만해야”
이목희 “국회 의결은 존중받아야…거부권 검토는 국민 다수 반대 필요”
김형주 “일방통행식 국정운영 일상화된 것…민주, 완벽한 입법으로 꼬투리 잡혀선 안돼”
국무회의 주재하는 윤석열 대통령
<p><span style="font-weight: normal;">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

“나 때는 말이야” 사람들이 현재를 지난날과 비교하며 지적할 때 자주 붙이는 말이다. 이를 온라인상에서는 ‘나 때’와 발음이 유사한 ‘라떼’라고 부른다. 브릿지경제신문은 매주 현 21대 국회 최대 현안에 관해 지금은 국회 밖에 있는 전직 의원들의 훈수, 라떼를 묻는다. 여권에선 국민의힘의 김재경·홍일표 전 의원,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에선 이목희·김형주 전 의원이 나섰다.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담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일명 ‘노란봉투법’이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되자,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가 언급되고 있다. 양곡관리법·간호법에 이어 세 번째 거부권 행사 전망에 정부여당과 야당 간 관계는 경색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26일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야당과) 지금 사실상 제대로 논의가 안 되고 있다”며 “더불어민주당이 아직까지 협의에 임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던 간호법은 지난 16일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다. 민주당은 오는 30일 본회의에서 간호법 재투표에 나서겠다며 정부여당을 압박하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정부여당이 마련한 수정안 놓고 논의하자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야당이 직회부한 법안에 대한 정부여당의 재의요구권 건의·행사는 매번 되풀이되고 있는 실정이다. 윤 대통령이 처음 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 역시 지난달 13일 본회의에서 재표결을 진행했지만,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넘지 못해 끝내 부결됐다.

노란봉투법도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2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노란봉투법에 대해 대통령 거부권을 요청하겠다고 밝히며 “민주당이 부작용이 뻔한 법안을 밀어붙이는 이유는 또다시 대통령 재의요구권을 끌어내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민주당은 좌고우면하지 않고 정해진 절차에 따라서 간호법 재투표에 임하겠다”고 여당을 압박하는 상황이다. 특히 간호법이 윤 대통령 대선 공약이 아니라고 한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발언을 언급, “국민을 얼마나 우습게 보고 있길래 이런 거짓말을 대놓고 할 수 있는지 참으로 황당하다”고 직격했다.

이처럼 쟁점 법안을 둘러싼 국회 다수당인 야권의 입법권과 정부여당의 재의요구권 건의·행사로 맞불을 놓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입법 공백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향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의힘 김재경 전 의원은 “정부여당 측에서 굉장히 부담을 지고 있을 것”이라며 “결론이 예상되더라도, 거부권 행사 여부를 두고 고민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부담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간호사법의 경우 의료계가 분열되는 단초가 되어 버렸는데, 정치적인 그룹으로 배치되는 양상이 적지 않은 부담이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국 경색이 지속되는 상황에 대해선 “수면 아래서의 접촉이 사실상 상실된 상태고, 국민들 눈에 보이는 게 전부인 여야 관계가 되니 문제를 더 풀기 어려워 보인다”며 “경험 많은 중진 또는 지도부가 수면 아래서 접촉이 필요하지 않으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홍일표 전 의원은 “거부권을 계속 행사하는 것은 국민들 보기에 좋지 않고, 거북스런 면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간호법과 달리 노란봉투법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법적인 논리적인 모순이나, 노조의 불법적인 집단행동에 대해 규제할 수 없는 결과를 낳게 될 가능성도 있다”며 “그동안 거부권을 행사한 배경을 보면, 노란봉투법은 1순위 내지 2순위에 속한다. 결국 어쩔 방법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거대 야당이 입법권 남용을 하고 있고, 국민을 갈라치기 하는 것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노리는 것”이라며 “거부권 행사가 예상되면서도, 정치적 의도로 추진하는 것은 안 좋은 선례며, 하루빨리 중단되어서 합리적으로 서로 타협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이목희 전 의원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 “삼권분립이 된 나라에서 국회가 의결한 것을 여러 번 거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국회의 의결은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거부권을 검토하더라도 국민 다수가 반대하는 정책적 조건이 있어야 한다”며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내용의 법도 거부권 행사를 검토한다는 것은, 정부여당이 강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징표”라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국회는 국민의 대표 기관이고, 민주주의의 핵심은 선출된 권력이 존중받는 것”이라며 “국회 심의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면 나서서 의견을 밝히고, 의결이된다면 대통령과 정부는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유럽 선진국과 비교하면 우리는 아직도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가 낮다”며 “정부는 선진국으로 가자고 하면서, 이런 부분에선 반대하는 것인가. 정부여당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연민과 애정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김형주 전 의원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이 일상화되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며 “균형 잡힌 시각에서 국정을 운영하는 것이 아닌, 독단적 개념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기업과 자본에 유리한 유연화를 통해 자신을 지지하는 부분이 명확해지면 지원하는 한편, 집회·시위 관련해선 특정 집단의 집회는 안 된다는 식의 입장을 가지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제는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는 생각이고, 세 번째라고 해서 윤 대통령이 노심초사할 분이 아닌 것 같다”며 “앞으로도 이러한 일이 반복될 것 같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은 국민 편에 서서 대치 국면보단 포괄적인 의미에서 진영 논리를 뛰어넘는 균형 잡힌 입법화를 추진해야 한다”며 “특히 완벽한 입법을 통해 정부여당이 입도 뻥끗 못 할 수 있는 노력을 통해 여당을 견지해 가는 것이 지혜가 아닐까 싶다”고 강조했다.

김주훈 기자 jhkim@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