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단독 '노란봉투법' 본회의 직회부에 발끈…재계, "기업·경제 무너질 것"

박기태 기자
입력일 2023-05-24 14:39 수정일 2023-05-24 14:50 발행일 2023-05-25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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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임이자 여당 간사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노란봉투법’ 본회의 직회부 요구안 상정에 대해 항의하며 퇴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회를 향한 경제계의 수차례 호소도 소용이 없었다. “우리가 수 십년 간 쌓아온 법체계의 근간이 흔들리고 이 나라의 기업과 경제가 무너질 것”이라는 경제계의 지적에도 결국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3조 개정안(일명 노란봉투법)이 거대야당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24일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됐다.

‘노란봉투법’은 합법 파업과 사용자 범위를 넓히고 파업 등 노동조합의 쟁의행위에 대해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지난 2월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된 지 90일 넘어 본회의 직회부 요건을 갖췄다. 국회법은 법사위에 계류된 지 60일이 넘으면 소관 상임위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본회의에 부의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환노위는 이날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노란봉투법의 본회의 부의 요구 건을 통과시켰다.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은 투표 전 항의하며 퇴장했고 야당인 민주당과 정의당 의원들만 투표에 참여했다. 야당이 수적 우위를 앞세워 노란봉투법의 본회의 직회부를 관철한 것이다. 그러자 경제계는 “다수의 힘을 앞세워 법사위의 법체계 심사마저 무력화시키며 법안 처리를 강행한 것에 대해 민주당과 정의당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6단체는 노란봉투법의 본회의 직회부 소식이 알려지자 곧바로 공동 성명을 내고 “국회는 지금이라도 노란봉투법의 본회의 상정을 중단해야 한다”며 “노란봉투법이 가져올 산업현장의 혼란과 경제적 재앙에 대해 다시한번 숙고하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경제계가 노란봉투법 입법을 강력 반대하는 건 △헌법상 죄형법정주의 원칙 위배 △도급제 유명무실화 △가해자 보호법안 △경영권 침해 △파업 만능주의 확산 등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서다.

전경련이 발표한 ‘노란봉투법의 문제점’ 보고서에 따르면, 노란봉투법은 근로조건의 실질적·구체적 지배·결정에 대한 판단 기준이 모호해 산업현장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게다가 하청근로자와 직접 계약관계가 아닌 원청사용자와 하청노조 간 단체교섭이 가능해져 하청사용자의 경영권·독립성이 침해되고 도급제도가 유명무실해진다.

노동쟁의 개념을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분쟁에서 ‘근로조건’에 관한 분쟁으로 확대한 점도 노란봉투법의 문제점으로 꼽힌다. 경영악화를 막기 위한 구조조정이나 합병 등 경영상 결단은 노사 간 이견이 큰 경우가 많기 때문에 파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사용자 고유의 경영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해고자 복직과 단체협약 미이행 등 사법 구제절차로 해결해야 할 권리분쟁 사안에 파업을 해결수단으로 활용하게 돼 파업의 일상화가 초래될 수도 있다. 이밖에 위법한 쟁의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 산정 시 쟁의행위에 가담한 조합원 개별 기여도를 고려해 책임 범위를 정하도록 한 점도 “종국적으로 가해자를 보호하는 꼴”이라는 게 경제계의 판단이다.

경제6단체는 “국내의 자동차 산업, 조선업, 건설업 등은 협력업체와의 수많은 협업체계로 구성돼 있는데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개념을 무분별하게 확대해 원·하청 간 산업생태계를 붕괴시키고 우리 산업경쟁력을 심각하게 저하시킬 것”이라며 “무엇보다 우리 기업인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고 산업현장에 ‘파업 만능주의’를 만연시켜 국내 기업뿐 아니라 해외 기업들의 직접투자에도 큰 타격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기태 기자 parkea11@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