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이상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 879명… “장기실종가족 지원책 확대 필요”

이정아 기자
입력일 2023-05-24 12:00 수정일 2023-05-24 16:20 발행일 2023-05-24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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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제17회 ‘실종아동의 날’… 20년↑ 장기실종자 879명
실종아동 발견율 99%… “과거에 발생한 장기실종과 달라”
“실종아동가족은 삶이 고통으로 점철… 지원책 확대 필요”
아동권리보장원 포스터
(사진=아동권리보장원)

어린이날, 어버이날, 입양의날, 부부의날…. 가정의 달이라고 불리는 5월에는 각종 기념일이 포진해 있다. 그리고 5월의 끝자락에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기념일이 존재한다. 바로 ‘실종아동의 날’(25일)이다.

실종아동은 실종 특성상 시간이 지날수록 발견이 힘들다. 지난달 기준 20년 이상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장기실종아동은 879명. 그 기간 실종가족의 삶은 매 순간 고통으로 점철된다. <브릿지경제>는 제17회 ‘실종아동의 날’을 맞이해 실종아동가족정책을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2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오는 25일은 제17회 ‘실종아동의 날’이다. 정부는 실종아동 등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환기하고 아동의 실종 예방을 위해 지난 2007년부터 매년 5월25일을 ‘실종아동의 날’로 지정하고 2020년부터는 ‘실종아동의 날’로부터 1주간 ‘실종아동주간’을 설정해 실종아동 찾기에 대한 홍보를 하고 있다.

앞서 ‘실종아동의 날’은 지난 1979년 5월25일 미국 뉴욕에서 한 아동이 등교 중 유괴·살해된 사건을 계기로 1983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에 의해 제정됐다. 이후 캐나다와 유럽 등 전 세계로 확대됐으며 우리나라 또한 동참하게 됐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18세 미만 아동의 실종신고 건수는 2019년 2만1551건에서 2020년 1만9146건, 2021년 2만1379건으로 매년 2만명 안팎으로 접수된다. 같은 기간 실종아동 발견율은 2019년 99.4%, 2020년 99.5%, 2021년 99.4%로 집계됐다. 실종아동 10명 중 9명은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실종아동의 발견율이 높은 건 지난 2005년 제정된 ‘실종아동법’과 정부의 실종아동 찾기 정책 덕분이다. ‘실종아동법’으로 실종아동에 대한 법적 근거와 경찰 수사 지원이 가능해졌고 사전 지문등록제도와 폐쇄회로(CCTV)를 통한 실종아동 발견율이 성공적으로 높아졌다.

다만 2000년대 이후로 발생한 실종아동과 달리 과거에 발생한 장기실종아동의 경우엔 발견이 힘들다. 지난달 기준 20년 이상 발견되지 못한 장기실종아동은 879명에 이른다. 이는 실종 1년 미만(88명), 5년 미만(21명), 10년 미만(16명), 20년 미만(38명)과 비교했을 때 다섯 배 많은 수치다.

이와 관련 정상영 아동권리보장원 실종아동전문센터장은 “과학기술이 발달한 지금과 달리 과거에는 지문등록이나 CCTV 분석 등 실종아동을 찾는 시스템이 없었다”며 “이들을 찾기 위해 지속적인 홍보를 계속하고 있지만 어려움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장기실종가족들은 수십 년의 세월 동안 냉가슴을 앓고 있다. 특히 세월이 흐르면서 장기실종아동의 부모는 고령으로 접어들고 신체적 쇠약과 더불어 노년기 상실을 경험하고 있다.

한국사회복지학회의 ‘장기실종아동 부모의 노년기 삶과 찾기 경험’ 논문에 따르면 장기실종아동의 부모 중 약 80% 정도가 60대 이상 고령층에 속하며 자녀의 상실과 그로 인한 고통으로 각종 정신적·신체적·경제적 문제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정부는 실종가족을 대상으로 상담비·의료비·실종아동 찾기 활동비를 지원해 정신적 고통을 경감하고 경제적 안정을 도모하고 있다. 올해 기준 실종아동 지원사업 예산은 총 9억4600만원으로 이중 홍보예산은 4억7700만원, 실종가족 정신건강 및 심리상담 지원비는 8600만원이다.

그러나 실종가족들은 지원 예산과 실종가족을 지원하는 인력을 모두 확대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노년기에 접어들었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많은 실종가족에 대한 의료비를 대폭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서기원 실종아동찾기협회 대표는 “정부가 지원하는 의료비는 제한된 항목이 너무 많다. ‘실종’과 관련된 질환만 인정하고 있다 보니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이런 현실에 실망하고 의료비 지원을 신청조차 하지 않은 실종가족도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서 대표는 또 실종아동전문기관을 아동권리보장원으로 흡수하면서 실종 관련된 정책이 후퇴했다고 평가했다. 일례로 아동권리보장원 실종아동전문센터의 인력은 지난 2019명 11명에서 현재 5명으로 반토막 났다.

그는 “전문기관으로 운영되던 실종아동전문기관을 2019년부터 아동권리보장원으로 통합했는데 다르게 말하면 ‘실종’을 축소한 것”이라며 “이에 따라 실종아동과 가족에 대한 예산도 보장원 내에서 집행하게 됐는데 대부분 ‘학대’에 치우쳐 ‘실종’엔 관심이 없다. ‘실종아동의 날’을 맞이해 정부가 ‘실종아동법’을 왜 제정했는지 근본적인 의미를 고찰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세종=이정아 기자 hellofeliz@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