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영 “보육원에서 자란 당신, 실종아동 가능성 있어… ‘유전자 등록’ 꼭 하시라”

이정아 기자
입력일 2023-05-24 12:00 수정일 2023-05-24 13:05 발행일 2023-05-24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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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영 아동권리보장원 실종아동전문센터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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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아동권리보장원 실종아동전문센터에서 정상영 센터장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이정아 기자)

어린이날, 어버이날, 입양의날, 부부의날…. 가정의 달이라고 불리는 5월에는 각종 기념일이 포진해 있다. 그리고 5월의 끝자락에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기념일이 존재한다. 바로 ‘실종아동의 날’(25일)이다.

실종아동은 실종 특성상 시간이 지날수록 발견이 힘들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20년 이상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장기실종아동은 879명. 그 기간 실종가족의 삶은 매 순간 고통으로 점철된다.

<브릿지경제>는 오는 25일 제17회 ‘실종아동의 날’을 맞이해 지난 11일 실종아동을 찾고 그 가족을 지원하는 정상영(59) 아동권리보장원 실종아동전문센터장과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국내 실종아동을 전담하는 ‘실종아동전문센터’는 어떻게 문을 열게 됐는지.

“지난 2005년 ‘실종아동법’이 제정되면서 실종아동전문기관이 만들어졌다. 그러다가 2018년부터 중앙입양원이 이관받아 운영했는데 그즈음 아동보호전문기관 8개를 통합하자는 의견이 나오면서 2019년 아동권리보장원이 설립됐다. 그해 7월에 아동권리보장원이 출범하고 ‘실종아동전문센터’도 문을 열게 됐다”

-초대 센터장으로서 실종아동을 찾기 위한 노력이 남다를 것 같다. 현재 국내 실종아동이 어느 정도 규모인가.

“먼저 실종이라는 단어를 잘 살펴야 한다. 실종이란 범주에는 유기, 미아, 가출까지 포함돼 있다. 만 18세 미만 아동의 실종신고는 한 해 평균 약 2만 건이다. 그런데 이중 가출이 대부분이고 정말 실종됐다고 하더라도 발견율이 99%에 육박한다. 실종아동 10명 중 9명은 찾는다고 보면 된다”

-최근에 발생한 실종과 달리 2~30년 전 과거에 발생한 실종의 경우에 발견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왜 그렇다고 보는지.

“1970~90년대만 하더라도 아이를 잃어버리면 바로 찾을 수 있는 시스템이 없었다. 보호체계망에 구멍이 생겼다고 볼 수 있다. 지금은 아이들도 모두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 세대고 거리에 CCTV도 많아 위치추적이 금세 가능하다. 그 옛날에는 이런 게 없지 않았나. 그래서 20년 이상 실종된 장기실종아동을 찾는 게 어렵다”

-센터에서 관리하는 장기실종아동이 몇 명인가. 이들을 찾기 위한 노력으로 뭘 하고 있는지.

“현재 센터에서 추산하고 있는 장기실종아동은 1200여명 가량이다. 이중 아직도 아동을 활발하게 찾고 있는 가족은 184명 정도다. 한번 자녀를 잃어버린 부모는 본인의 생애 내내 아이를 찾고자 한다. 그런데도 자녀를 찾을 수 없는 이유로는 자녀가 본인이 실종아동임을 모를 수 있다는 측면이 있다. 1970~90년대 어릴 적 부모와 헤어져 보육원에서 자란 아동이 본인이 실종아동임을 인지하고 유전자 등록을 하는 경우 가족을 찾는 일이 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이제는 홍보 타깃을 부모보다는 자녀, ‘혹시 내가 실종아동일까?’로 생각하게끔 하고 있다. 다행히 본인이 실종아동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유전자를 등록하는 경우가 2020년 467건에서 지난해 675건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홍보가 효과를 본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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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아동권리보장원 실종아동전문센터에서 정상영 센터장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이정아 기자)
-혹시 상봉가족의 경우 자녀의 거부가 있던 사례도 있나.

“자녀의 경우 ‘내가 버려진 게 아닐까?’하는 두려움에 부모를 만나는 걸 주저하는 분들이 계신다. 그러나 그런 불안감은 가족과 상봉하면 그리움과 애정으로 뒤바뀐다. 만나기 전에는 복합적인 감정이 들 수 있지만 막상 만나게 되면 든든한 울타리가 생긴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고 하신다”

-자녀와 상봉하는 가족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가족도 있다. 특히 장기실종가족의 경우 생계가 힘들고 정신적 고통도 상당할 것 같은데, 정부의 지원사업이 있는지.

“우선 센터에서는 실종가족을 대상으로 심리치료비를 지원하고 있다. 또 실종아동을 찾으러 다니면서 드는 활동비나 숙식비도 일부 지원한다. 실종가족 대부분이 고령이란 점에서 의료비도 지급하고 있다. 특히 자녀와 상봉한 가족에 대해서도 호적 정리를 하는 데 드는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실종아동을 찾기 위해 홍보하는 예산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홍보는 어떤 식으로 이뤄지나.

“많은 기업이 실종아동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먼저 손을 내밀고 있다. 크라운제과의 경우 과자 ‘죠리퐁’에 실종아동 전단을 싣고 있다. 덕싱하우징이라는 곳은 홈페이지에 실종아동 홍보를 무료로 올렸는데 실종아동이 이걸 보고 가족을 찾은 사례도 있다. 기업과 하는 홍보는 대부분 기업 측에서 부담한다고 보면 된다”

-센터의 인력이 아동권리보장원 내 다른 곳과는 달리 적은 편이다. 5명의 인원으로 센터를 꾸려가는데 힘들지는 않은지.

“현재 ‘실종아동전문센터’의 인원이 5~6명인데 참 다행스러운 것은 전국 수백 개 경찰관이 우리의 손발이 돼준다는 점이다. ‘실종’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경찰이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인원이 줄어든 만큼 어렵긴 하지만 모든 직원이 힘을 내고 있다”

-오는 25일이 제17회 ‘실종아동의 날’이다. 국민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는지.

“다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본인이 실종아동임을 모를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만약 본인이 고아로 보육원에서 홀로 자랐다면 실종아동일 수 있으니 유전자를 꼭 등록하시라. 자녀를 찾으려는 부모들은 전부 등록이 돼 있다. 이제 기댈 방법은 자녀들이 본인이 실종아동임을 인지하고 유전자 등록을 하는 것, 이것밖에 없다.”

세종=이정아 기자 hellofeliz@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