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취업자 88%, 노조 회계공시 찬성”…노동계 “통계 왜곡”

김성서 기자
입력일 2023-05-23 17:18 수정일 2023-05-23 17:20 발행일 2023-05-23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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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자 1000명 설문조사…회계공시와 세액공제 연계 방안 추진
한국노총 “대표성 없는 통계왜곡…노조혐오 조장 의도 다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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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자 10명 중 9명 가량이 노동조합의 기부금을 다른 기부금 단체 수준으로 공시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는 정부의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다만 노동계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는 결과로, 신뢰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19~21일 코리아데이터네트워크게 의뢰해 취업자 1000명을 대상으로 모바일 웹 조사(95% 신뢰수준, 최대허용오차 ±3.1%)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88.3%가 ‘노조도 세제 혜택을 받고 있으므로 다른 기부금단체 수준으로 공시해야 한다’고 응답했다고 23일 밝혔다.

응답자 중 노조 조합원 186명을 대상으로 추가 의견수렴한 결과 총 160명이 응답했고, 이 가운데 절반 가량(48.1%)는 ‘노조에서 조합비를 투명하게 운영하고 있지 않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이는 ‘투명하게 운영하고 있다(46.3%)’는 의견보다 다소 높은 것이다.

노조 회계 공시를 요건으로 조합비 세액공제 혜택을 부여하는 데는 89.4%가 찬성했고, 정부가 노조 회계 공시와 세액공제를 연계하면 70%는 노조가 회계 공시를 할 것으로 예상했다는 것이 노동부의 주장이다.

이에 정부는 이날 노조가 국민의 세금으로 활동을 지원받고 있다면서 이에 상응한 공공성‧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다른 기부금단체와 같이 회계 공시와 세액공제를 연계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노동개혁특위에서 발표했다.

이정식 장관은 “노조 회계 투명성은 조합원의 알권리와 신뢰를 토대로 한 자주성과 민주성을 위한 필수 전제”라며 “설문 결과 등을 토대로 관계부처와 협의를 거쳐 관련 법령을 조속히 개정하여 노조 회계 투명성의 기틀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노동계에서는 이번 조사가 ‘정부의 노조 때리기 일환’이라는 입장이다. 이지현 한국노총 대변인은 이날 구두논평을 통해 “1000명의 응답자 중 160명의 조합원 응답만 별도로 추출·분석한 결과인데, 이는 명백한 통계왜곡”이라며 “노동조합 가입구분코드가 제공되는 원자료를 기반으로 조합원 여부를 추출해 대표성을 확보했어야 한다. 이는 표본설계부터 조합원을 고려하지 않은 만큼 대표성이 전혀 없어 신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지원과 세제해택을 받는데, 모든 기업이 회계공시를 해야 한다고 설문조사를 진행하면 비슷한 응답이 나올 것이다. 일정규모 이하 공시를 의무화하면 규제라고 반발할 것”이라며 “엄밀히 말하면 직접적 세제 혜택을 받는 것은 조합원 개인이다. 일부 세제혜택이 있으니 노조에 가입하는 조합원이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이 노조가 혜택받고 있다고 주장하는 건 억지”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 설문조사를 진행한 자체가 노조를 부패·비리 집단으로 몰고, 노조혐오 정서를 불러일으켜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는 생각”이라며 “노조 회계투명성 제고가 목적이 아닌 정부의 노조 때리기의 일환일 뿐”이라고 밝혔다.

세종=김성서 기자 biblekim@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