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점 안한 국가기술자격 답안지 609장 파쇄…사상 초유 재시험

김성서 기자
입력일 2023-05-23 14:33 수정일 2023-05-23 14:41 발행일 2023-05-24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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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인계 과정 중 착오 발생…수험자 내달 1~4일·24~25일 재시험
어수봉 “있을 수 없는 일, 머리 숙여 사과…상응하는 책임 질 것”
고개숙인 어수봉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YONHAP NO-2881>
어수봉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가운데)이 23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도 정기 기사·산업기사 제1회 실기시험 답안지 파쇄사고와 관련해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연합)

지난달 말 치러진 국가기술자격시험 답안지 609장이 채점도 하기 전 파쇄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23일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실시된 2023년 정기 기사·산업기사 제1회 필답형 실기시험에서는 총 15만1797명이 응시했다. 이 가운데 서울시 은평구 소재 연서중학교에서 실시된 시험에서는 61종목의 수험자 609명이 시험을 봤다. 해당 시험장의 시험위원은 시험 종료 후 답안지를 포대에 봉인해 소속 기관인 서울서부지사로 운반했고, 서부지사는 관할 필답형 시험장의 답안지가 담긴 포대를 인수해 이튿날 공단 본부 채점센터로 전달했다.

그러나 인수인계 과정에서 착오가 발생해 연서중학교에서 시험을 본 609명의 시험지가 누락됐다. 시험 이후 모든 답안지는 서부지사 금고에 보관돼야 하는데, 답안지 포대 18개 중 17개만 보관됐다는 것이 공단의 설명이다. 지난 20일 답안지 채점 과정 중 이를 확인한 채점센터는 조사에 착수했으나, 해당 답안지는 이미 파쇄된 뒤였다.

이에 어수봉 공단 이사장은 이날 “국가자격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담보해야 할 공공기관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며 “자격검정 관리를 소홀하게 운영해 시험 응시자 여러분께 피해를 입힌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 이번 사고를 철저히 조사해 잘못된 부분을 확인하고, 저를 비롯한 관련 책임자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도록 할 것”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공단은 피해를 본 수험자 609명에 대해 내달 1~4일 재시험을 실시하고, 발표일인 9일에 시험 결과를 발표할 수 있도록 조치를 실시할 방침이다. 이는 공무원시험 등 시험 응시와 진학 일정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내달 1~4일 시험이 어려운 경우에는 24~25일 시험을 치를 수 있는데, 이들에 대한 합격자 발표는 27일 이뤄진다. 또 추가시험에 필요한 교통비 등을 지원하고, 추가 보상 방안을 찾을 계획이다.

공단은 이와 함께 사고와 관련 책임자를 문책하고,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프로세스 전반에 대해 재점검하기로 했다. 어 이사장은 ‘상응하는 책임’에 대해 “저도 깊이 고민해 제가 책임질 부분과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에 대해 다시 소상히 말씀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성서 기자 biblekim@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