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윤 대통령, ‘간호법’ 거부권 행사 후폭풍…간호계 “정치적 책임 묻겠다”

김성서 기자
입력일 2023-05-16 16:10 수정일 2023-05-16 16:15 발행일 2023-05-17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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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간호협회 '간호법 제정 약속 이행하라'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대한간호협회 회원들이 간호법 공포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

윤석열 대통령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은 간호법 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가운데 간호계가 반발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16일 국무회의에서 간호법 제정안에 대한 거부권을 심의·의결했다. 윤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 행사는 지난달 4일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이후 두 번째다.

앞서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이번 간호법은 유관 직역 간의 과도한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또 간호 업무의 탈 의료기관화는 국민들의 건강에 대한 불안감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사회적 갈등과 불안감이 직역 간 충분한 협의와 국회의 충분한 숙의 과정에서 해소되지 못한 점이 많이 아쉽다”고 말했다.

숙원이었던 간호법 제정이 사실상 어려워진 간호계는 윤 대통령의 간호법 제정안 거부권 행사에 반발하며 정치적 심판과 법 제정 재추진을 선언했다. 준법투쟁 등 단체행동도 논의하기로 했다.

대한간호협회는 이날 국무회의 직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의 간호법 제정 약속은 근거와 기록이 차고 넘치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 약속을 파기했다”고 비판했다.

김영경 간호협회장은 “간호법을 파괴한 불의한 정치인과 관료들을 총선기획단 활동을 통해 반드시 단죄할 것”이라며 “다시 국회에서 간호법을 재추진하겠다. 간호법 제정을 위한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간호협회는 당장 이날 대표자 회의를 열고 단체행동의 수위와 방식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대한간호협회는 그동안 대통령이 간호법 제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단체행동에 나서겠다고 밝혀왔다. 다만 이들은 진료 거부는 진행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인 만큼 간호사 면허증 반납 운동, 1인 1정당 가입 캠페인 등을 통해 명분 쌓기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내년 총선 이후 간호법 제정을 다시 추진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정부는 간호법과 별개로 간호사 처우와 업무 개선을 위한 대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간호법안 관련 국무회의 의결 결과 브리핑’에서 “간호사 처우 개선은 국가가 책임지겠다”며 “간호 인력 배치 기준 강화와 근무 강도 완화 방안과 같은 과제를 충실히 이행하며 간호사가 우수한 전문의료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지난 4월 발표한 간호사 처우 개선과 장기근속 방안을 담은 간호 인력지원 종합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여야는 이날 윤 대통령의 간호법 제정안 거부권 행사에 대해 엇갈린 평가를 내놓았다. 국민의힘은 “불가피하고 당연한 선택”이라고 했다. 반면 민주당은 “국민의 뜻을 거부한 것”이라며 재투표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의료체제를 무너뜨리고 보건 의료계 갈등을 유발하는 법률안에 대한 불가피하고 당연한 선택”이라며 “이 법이 이대로 시행된다면 세계 최고 수준의 국내 의료 협업 시스템을 붕괴시키고, 국민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국민을 거부한 것이다. 민주당은 국민의 뜻에 따라 국회에서 재투표에 나서겠다”며 하지만 윤 대통령은 기어이 국민과 맞서는 길을 택했다”고 비판했다.

세종=김성서·정재호 기자 biblekim@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