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과감한 인사’ 언급 배경은…일부 부처 ‘개각’으로 가나

정재호 기자
입력일 2023-05-10 16:23 수정일 2023-05-10 17:23 발행일 2023-05-11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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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취임 1주년 맞아 여당 지도부와
윤석열 대통령, 취임 1주년 맞아 여당 지도부와 오찬(연합)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일 국무회의에서 ‘과감한 인사’를 언급, 관료 사회가 술렁이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위원들에게 “탈원전, 이념적 환경 정책에 매몰돼 (공무원들이) 새로운 국정 기조에 맞추지 않고 애매한 스탠스를 취한다면 과감하게 인사 조처를 하라”고 지시했다. 또 새로운 국정 기조와 맞지 않는 관료가 있을 경우 “억지로 설득해서 데리고 갈 필요 없다”고 말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를 두고 여권 일각에서는 원전 주무부처인 산업부 장관과 환경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환경부 장관을 겨냥한 발언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그동안 윤석열 정부 국정 기조를 확실히 밝혀온 만큼 이제부터는 관료 사회 안에서 이에 협조하지 않고 지시를 불이행하는 경우 단호하게 인사조치 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는 심사숙고해서 임명하되 일단 업무를 맡기면 역량을 발휘하도록 기회를 부여하면서 분위기 쇄신 차원의 인사와는 거리를 둬 왔던 것으로 알려진 윤 대통령 인사 철학과는 온도 차가 느껴지는 발언이다.

윤 대통령이 ‘탈원전, 이념적 환경 정책에 매몰된 경우’를 인사조치의 필요 사례로 거론한 점도 대통령실 안팎에서 주목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최근 대통령실 개편을 물밑 준비하는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앞장섰던 관료가 핵심 참모 후보로 인사 검증 대상에 오른 것을 확인하고 경고성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돼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년 동안 시도한 ‘변화’를 국민에게 적극적으로 알리되 앞으로는 ‘성과’를 내는 데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지난해 취임사에서 무너진 대한민국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토대로 재건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며 “성과를 계량적으로 국민에게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과거 정부가 어떻게 했고 우리가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정확하게 보여드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여소야대로 가뜩이나 어려운 환경 속에서 실질적인 민생 성과를 끌어내기 위해선 정부·여당이 합심해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는 인식이다. 집권 2년 차 들어 특히 노동·연금·교육 개혁 등 3대 개혁 드라이브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에 강경성 대통령실 산업정책비서관을 인선했다. 취임 1주년을 맞아 대통령실 참모진과 내각 정무직 개편 작업이 본격화되는 수순이다. 강 신임 차관은 1965년생으로 울산대 전기공학과를 나왔으며 기술고시 29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이날 인선은 취임 1주년을 넘기는 시점에서 차관급 인사의 신호탄이기도 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 새 정책조정비서관에 최영해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부국장을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성택 정책조정비서관은 강 신임 차관이 떠난 산업정책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긴다.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이 이달 19∼21일 예정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직후 차관급 인사 개편을 단행할 것이라 보고 있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장관급 자리의 경우 소폭 개각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취임 1주년을 맞아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국무위원,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와 함께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참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인스타그램 “새로운 국민의 나라를 만들기 위해 숨 가쁘게 달려온 1년이었다”며 “앞으로도 국민만 바라보고 일하겠다”고 밝혔다.

정재호 기자 cjh86@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