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문재인 정부·거야 싸잡아 비판…3대 개혁은 언급안해

정재호 기자
입력일 2023-05-09 17:08 수정일 2023-05-09 17:17 발행일 2023-05-1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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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기에 경례하는 윤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연합)

윤석열 대통령은 9일 취임 1주년을 하루 앞두고 지난 1년 동안의 국정운영과 관련, 전임 문재인 정부와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을 동시에 비판하며 외교·안보성과를 전면에 앞세웠다. 다만 지난 1년간 우리나라 경제 상황 인식이나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앞으로 어떻게 국정 운영을 할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또 윤 대통령이 강조하며 정부에서 드라이브를 걸었던 노동·교육·연금 등 3대 개혁과제에 관한 내용은 등장하지 않았다.

9일 국무회의 발언은 TV로 생중계됐으며 취임 1주년을 하루 앞두고 사실상 ‘대국민 메시지’ 형식으로 이뤄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무너진 시스템을 회복하고 체감할만한 성과를 이루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거야 입법에 가로막혀 필요한 제도를 정비하기 어려웠던 점도 있다”고 밝혔다. 전임 정부에서 이념에 치우친 각종 정책이 최근 전세·주식·가상자산 관련 사기 발생의 원인이 되고, 이를 바로잡을 정책을 세우려 해도 거대 야당의 벽에 막혀 어려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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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집계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 출범 1년간 국회에 제출된 국정과제 법률안은 298건이며, 이중 103건(35%)만 국회를 통과했다. 나머지 195건은 계류 중이며, 여기에다가 올해 국정과제 법률안 137건을 추가로 제출할 예정이다. 야당의 협조 없이는 국정과제를 계획대로 추진하기 쉽지 않은 상황인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지난 정부에서 ‘무너진’ 각 분야에 대해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집값 급등과 시장 교란을 초래한 과거 정부의 반시장적, 비정상적 정책이 전세 사기의 토양이 됐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 때 도입한 ‘임대차 3법’이 부동산 시장 불안정성을 촉발해 이번 사태를 초래했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전임 정권에서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해체된 점도 거론했다. 윤 대통령은 “증권합수단 해체로 상징되는 금융시장 반칙 행위 감시 체계의 무력화는 가상자산 범죄와 금융 투자 사기를 활개치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또 “과거 정부의 검찰개혁 과정에서 마약 조직과 유통에 관한 법 집행력이 현격히 위축된 결과가 어떠했는지 국민 여러분이 모두 목격했다”며 민주당 정부가 주도했던 이른바 ‘검수완박’(검찰의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마약 사범이 늘고 수사와 검거에도 차질을 빚게 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지난달 국빈 방미와 지난 7일 한일 정상회담을 거론하며 외교 분야의 성과를 소개하며 “취임한 1년 전 이맘때를 생각하면 외교·안보만큼 큰 변화가 이뤄진 분야도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다음 주 일본 히로시마 주요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이 개최된다고 공식화한 뒤 “한미일 안보 공조를 통해 역내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연대를 보다 공고히 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11일 만의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한미동맹이 실질적으로 재건됐다”며 작년 6월 한국 정상으로서는 처음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해 자유 진영과 연대 구축, 원전·반도체·공급망·방위산업 협력 성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 1년간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으로서 정상 세일즈 외교를 폈다”며 사우디아라비아와 40조 원 규모의 양해각서(MOU) 26건 체결, 아랍에미리트(UAE) 국빈 방문을 통한 3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유치 등의 성과를 언급했다.

다만 윤 대통령은 이날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고’와 저성장이 맞물린 경제 위기와 윤석열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었던 노동·교육·연금 등 3대 개혁과제에 관한 내용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외교·안보 성과를 전면에 내세운 것도 ‘주 69시간제 논란’ 등으로 노동개혁이 동력을 잃고 나머지 개혁과제나 경제 문제에 있어 아직 성과가 뚜렷하지 않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정재호 기자 cjh86@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