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로 넘어간 간호법…직역간 갈등 우려한 복지부, 거부권 건의 ‘고심’

김성서 기자
입력일 2023-05-05 08:30 수정일 2023-05-05 09:02 발행일 2023-05-05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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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법 제정 두고 둘로 갈라진 의료계…“단독개원 여지”vs“전혀 아냐”
복지부, 의료·돌봄 두고 직역간 갈등 심화 우려…거부권 건의는 ‘신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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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3일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재활병동 현장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보건복지부 제공)

간호법 제정안을 두고 의료계 내부 갈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보건복지부가 법안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건의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5일 복지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국회 본회의를 넘어선 간호법 제정안은 전날 정부로 이송됐다. 간호사의 업무와 역할 등을 담은 간호법은 지난달 27일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어선 바 있다.

이에 반발한 대한의사협회·대한간호조무사협회 등으로 이뤄진 보건복지의료연대(의료연대)는 지난 3일 집단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오는 11일에도 연가·단축진료 등을 활용한 집단 행동에 나서고, 만일 간호법이 재논의 되지 않을 경우 오는 17일 총파업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의료연대는 간호법이 제정될 경우 직역간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이 법안이 간호사의 단독 개원 여지를 열어두고, 간호조무사 응시 자격이 학력을 제한하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대한간호협회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만큼 거부권 행사는 있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간호사의 단독개원 여부 역시 현행 의료법에 저촉되는 내용이고, 간호조무사 응시 자격의 경우 현재와 동일하다는 입장이다.

주무부처인 복지부는 간호법 제정안이 의료 현장 내 직역간 갈등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대부분 의료법에 담긴 간호법 관련 조항들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에 불과해 실질적인 내용은 없지만, 특정 직역을 위한 법안이 만들어질 경우 다른 직역간 협업체계가 깨질 수 있다는 우려다.

또 간호법 내 ‘지역사회’라는 문구로 인해 돌봄업무가 간호사의 특정 업무로 오해할 가능성이 있고, 이에 따른 타 직역간 반발이 크다는 입장이다. 간호조무사의 학력 제한을 규정한 것 역시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대통령 거부권 건의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앞서 지난 3월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관련,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건의한 바 있다. 이후 윤 대통령 이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며 개정이 불발된 바 있다.

이에 대해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전날 SBS라디오·채널A 등에 출연해 “의료현장의 상황을 잘 체크하고 찬반단체와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한 뒤 관련부처, 여당과 협의한 후 결정해야 할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결정 기준인데, 의료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충실히 지킬 수 있는 방안은 어떤 것인지 고민하고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긴급상황점검반을 수시로 운영, 의료 현장의 혼란과 공백을 최소화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종=김성서 기자 biblekim@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