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상습체불 사업주 경제적 제재 강화…대출·신용카드 발급 어려워진다

김성서 기자
입력일 2023-05-03 15:40 수정일 2023-05-03 15:42 발행일 2023-05-04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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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 당정협의 거쳐 상습체불 근절대책 발표…상습체불 범위 확대
악의적 사업주 강제수사…체불청산 지원 위한 융자제도 대상 완화
상습 체불 근절 대책 발표하는 노동부 장관<YONHAP NO-2322>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상습 체불 근절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연합)

정부가 상습적으로 임금을 주지 않는 사업주에 대한 신용 제재, 정부 지원 제한 등 경제적 제재를 강화한다. 반면 사업주의 자발적인 체불청산 노력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융자 제도 등을 대폭 확대해 활용도를 높이기로 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3일 국민의힘과 당정 현안간담회에서 논의한 ‘상습체불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24만명의 근로자들이 1조3000억원 이상의 임금 체불 피해를 입었다. 이 가운데 2회 이상 체불이 반복되는 경우가 전체 체불액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정부는 상습체불 사업주에 대한 신용제재·명단공개 등 제재와 형사처벌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엄격한 요건으로 인해 제재 대상이 적고, 형사처벌도 대부분 벌금형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정부는 상습체불 근절을 위해 대상 사업주의 범위를 넓히고 경제적 제재를 강화하는 등 제도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우선 제재 대상 범위를 최근 1년 내 근로자 1인당 3개월분 이상 임금을 체불하거나, 5회 이상 총액 3000만원 이상 임금을 체불한 사업주로 확대한다. 노동부는 이럴 경우 전체 체불액의 60%에 해당하는 7600곳의 사업체가 제재 대상에 포함되고, 청산 의지가 없는 악의적·상습적 체불 사업주가 경제적 제재 대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적 제재는 정부지원금 수급 제한과 사업주에 대한 신용제재를 골자로 한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진행하는 지원사업이나 보조금 지원이 제한되고, 공공입찰 시 감점 등 불이익이 부여된다. 임금체불 자료는 신용정보기관에 제공될 예정인데, 대출·이자율 산정과 신용카드 발급 등에 영향을 주는 신용거래능력 판단 시 활용된다. 재산을 은닉하거나 출석을 거부하는 등 악의적인 체불 사업주는 구속수사와 체포영장 신청 등 적극적인 강제수사로 경각심을 높인다.

다만 일시적인 경영상 어려움 등으로 체불이 발생할 경우에는 충분한 기간을 주고, 융자제도 활용 등 구체적인 청산계획을 제출하면 제재 대상에서 제외할 방침이다. 체불청산 융자 제도 활성화를 위해 체불사유와 관계 없이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최소사업운영기간을 완화하는 한편 융자한도와 상환기관은 늘린다. 국가가 일정 체불임금을 대신 지급하는 대지급금 제도도 개선을 추진한다.

이 장관은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경제규모도 크지만, 임금 체불액 규모는 우리나라가 18배 정도 많다”며 “근로자와 가족에게는 생명줄과 같은 임금의 체불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높여 일한 만큼 보상받는 기본적 원칙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성서 기자 biblekim@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