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년만의 개방, 용산어린이정원 ‘D-6일’…역사의 ‘얼룩’ 지워질까

곽진성 기자
입력일 2023-04-29 10:00 수정일 2023-04-29 10:26 발행일 2023-04-29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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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어린이정원’ 내달 4일부터 개방
용산기지 내 토양오염 논란 해소 여부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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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어린이정원 홈페이지(사진=용산어린이정원 홈페이지)

용산공원 임시개방 부지인 ‘용산어린이정원’이 다음달 4일부터 문을 여는 가운데, 항간에서 염려하는 토양 오염 ‘얼룩’을 말끔히 지울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환경부 등에 따르면 주한미군으로부터 반환받은 용산공원 반환부지의 일부 ‘용산어린이정원’이 이날 오후 2시부터 국민들에게 개방된다. 장장 120여 년 만의 빗장이 풀리는 순간이다.

물류와 교통의 중심지 용산, 그 일대는 영욕을 머금은 땅이라 불릴 법하다. 과거부터 이어진 찬란한 땅에 지난 1904년 어둠이 밀려오면서다. 치욕적인 한일의정서가 그 해 체결됐고, 이후 우리 땅에 일제 군대가 주둔하는 강점(强占)의 비극이 내려앉았다.

1945년 해방의 환희를 맞았지만, 용산 일부 지역은 여전히 일반인의 접근이 차단된 공간으로 남았다. 해방 이후 미군기지로 활용된 이유에서다. 그렇게 오롯이 우리 근현대사의 무게를 감당하던 용산에. 2000년대 들어 변화의 빛이 스몄다. 용산 미군기지의 평택 이전이 결정되면서 기지반환의 물꼬를 텄고, 지난해 대통령실 용산 이전을 계기로 한·미간 합의가 적극 추진돼 반환에 속도를 낸 것이다. 지난해 용산기지 약 243만㎡ (약 74만평) 중 58만4000㎡(약 18만평) 부지가 반환됐고, 그중 30만㎡(약 9만 평)가 국민에게 우선적으로 반환되기에 이르렀다..

정부 관계자는 “용산어린이정원 임시개방은 최근까지 주한미군 기지로 활용되던 부지가 1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개방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다만 개방의 의미가 더욱 빛을 발하기 위해 해소해야 할 일이 있다. 용산기지 내에서 토양오염 지역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다. 역사의 ‘얼룩’이라 할 법한 용산기지 내 오염 문제에 관한 염려가 쉽게 가시지 않는다.

앞서 환경공단의 ‘환경조사 및 위해성 평가 보고서’에 의하면, 미군 기지 내 학교 부지에서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에서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한 다이옥신이 기준치의 34.8배, 크실렌은 7.3배, 또 인체 유해 물질인 석유 계층 탄화수소가 23.4배, 비소는 39.9배, 벤조피렌·구리·납·아연 등은 각각 5배 정도 검출된 바도 있어 우려를 키운다.

이를 인식하듯 환경부는 국토교통부와 용산어린이정원에 대해 모니터링 등을 시행했으며, 그 결과 안전함을 확인했다는 것이 환경부의 설명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실외는 측정물질 모두 환경기준치보다 낮거나 주변 지역과 비슷한 수준으로 안전했고, 실내도 사무실 공기관리지침 등 관련 환경기준에 모두 부합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와 별도로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조치를 이번에 개방되는 전 지역에 걸쳐 추가로 진행했다.

환경부는 또 안전에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을 만한 요소들을 원천 차단했다고 덧붙였다. 환경부 관계자는 “15㎝ 이상 두텁게 흙을 덮은 후 잔디나 꽃 등을 식재하거나 매트·자갈밭을 설치해 기존 토양과의 접촉을 차단했고, 지상 유류 저장탱크 제거했다”고 말했다. 세종=곽진성 기자 pe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