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해진 민주 ‘원내대표’ 선거…후보 간 계파논쟁 들추고 책임론 부각까지

김주훈 기자
입력일 2023-04-25 16:14 수정일 2023-06-16 13:55 발행일 2023-04-25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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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표·김두관·박범계·박광온 ‘4파전’ 신경전 치열…내년 총선 승리 이끌 적임자 한목소리
민주당 원내대표 토론회
25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원내대표 후보자 합동 토론회에서 후보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홍익표 후보, 김두관 후보, 변재일 선관위원장, 박범계 후보, 박광온 후보. (연합)

더불어민주당 내 여러 악재를 뚫고 내년 총선을 이끌 원내대표 선거가 치열해지는 모양새다. 후보들은 저마다 리더십과 역량을 내세우며 차기 원대 적임자라고 강조하는 한편, 주도권을 잡기 위한 거센 신경전을 펼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선 수면 아래 있던 계파 논쟁까지 들춰지면서 불편한 기류가 감지되기도 했다.

민주당은 25일 국회에서 제4기 원내대표 선거 후보자 합동토론회를 진행했다. 이번 원대 선거에 출마한 홍익표·김두관·박범계·박광온(기호순) 후보는 한목소리로 총선 승리를 약속하면서도, 그 적임자는 자신이라고 부각했다.

먼저 홍 후보는 정책위의장과 민주연구원장 등 경험을 들어 “경제·민생 정책 역량과 경험을 키웠다”며 “정책 전문성을 바탕으로 민생 이슈를 주도하고, 경제 위기 극복 방안과 비전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경제·민생 입법 등이 차기 총선에서 국민 지지를 끌어낼 핵심이라는 것이다.

김 후보는 자신이 이명박 정부 당시 4대강 반대에 앞장섰던 경험을 내세워 “싸움도 해본 사람이 잘한다”며 “윤석열 정권의 폭주에 맞서 당과 이재명 대표를 지키고, 국민이 바라는 민주당을 만들 사람은 저 김두관”이라고 말했다.

박범계 후보는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당의 미래와 내년 총선에 암울한 그림자를 검찰이 쥐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검찰과 맞설 수 있는 적임자는 법무부 장관을 지낸 자신이라고 주장했다.

박광온 후보는 “통합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내년 총선에서 반드시 이길 것”이라며 자신은 다양성과 다름을 인정하고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적임자라고 부각했다. 특히 ‘소통’을 강조한 박 후보는 “우리도 모르게 쌓아 올린 불통의 벽을 눕혀 소통의 다리로 만들 것”이라고 약속했다.

후보들은 통합과 소통을 차기 총선 승리와 당내 악재를 돌파하기 위한 열쇠라고 입을 모았지만, 주도권 토론에선 경쟁자로서 면모를 그대로 드러냈다. 특히 수면 아래 있던 계파 논쟁을 끌어올려 몰아세우거나 윤석열 정부 출범 책임론을 부각하는 등 공방이 펼쳐졌다.

계파 논쟁의 포문을 연 것은 김 후보다. 그는 홍 후보를 향해 “대선 당시 이낙연 캠프에서 정책본부장을 지냈는데, ‘(자신은) 친명·비명도 아니다’고 했다. 합당한 입장이 필요하다”고 물었다. 이에 홍 후보는 “저는 사람에 충성해 본 적 없고, 당을 위해 일한다”며 “과거 계파 논쟁에서도 한쪽에 휩쓸리지 않고 기준과 원칙에 따라 일했다. 동료 의원 모임을 폄훼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현재 자신은 계파가 없는 ‘독립군’이라고 표현한 박범계 후보가 김두관·홍익표 후보를 향해 “계파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고 질의했다. 김 후보는 “지역 현장에서 일하다 보니 계파·정파에 속하지 않았다. 원대에 출마하니 아쉽다”고 맞받아쳤다.

홍 후보는 당내 최대 의원모임인 더좋은미래(더미래)에 자신은 참여 권유를 못 받았다는 박범계 후보의 지적에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대표를 했던 2015년 이후 우리 당에 계파는 존재하지 않고, 이해찬 전 대표 시절 구축된 시스템 공천 덕분에 공천 챙겨줄 권한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자 박범계 후보는 “언론에서 제 계파를 물으니 ‘친명적 친문’이라고 답했다”며 “나를 어떻게 규정할지 숙명이 우리 당의 문제고, 계파든 정파든 단호히 반대한다”고 직격했다.

후보들은 윤석열 정부 출범 책임론을 두고도 신경전을 펼쳤다. 김 후보는 과거 검찰총장이던 윤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주장에 홍 후보가 반대했다고 지적하자, 홍 후보는 “탄핵은 법적 요건이 있어야 한다”며 “오히려 해임을 건의하는 것이 타당하고, 당시 청와대도 윤 총장이 정치적 중립을 지킬 수 있도록 당이 견제해달라는 입장”이라고 반박했다.

또 김 후보는 법무부 장관 당시 성과가 미흡했다는 박범계 후보의 발언을 언급, “원대를 맡으면 윤석열 정부와 어떤 각오로 싸울 것인가”라고 몰아세웠다. 그러자 박 후보는 “반성이 퇴색될까 봐 성과를 말하지 않은 것”이라며 “민생 입법으로 우리를 단련시켜야 한다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또 박광온 후보는 ‘다수 의석을 가진 야당임에도 일하지 않는 정부여당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는 홍 후보의 질의에 “윤 대통령이 야당을 국정운영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면서 “그러나 저는 민생우선·정치회복 그리고 쉬운 것부터 풀어가자는 원칙으로 돌파하겠다”고 말했다.

김주훈 기자 jhkim@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