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출산 해결 위해선 ‘주69시간제’ 안돼…가족지원 예산 OECD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이정아 기자
입력일 2023-04-25 11:03 수정일 2023-04-25 11:04 발행일 2023-04-25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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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제3회 국가현안 대토론회’ 개최… 강대훈 입법조사처 사회문화조사실장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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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국가현안 대토론회가 25일 국회에서 개최되고 있다 (사진=이정아 기자)

초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40시간 초과 근로를 금지하고 일·생활 균형을 맞춰 삶의 질을 올려야 한다는 인구 전문가의 지적이 나왔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유연한 근로시간 도입을 목표로 발표한 ‘주69시간제’를 사실상 폐기해야 한다는 뜻이다.

강대훈 국회입법조사처 사회문화조사실장은 25일 국회에서 열린 ‘제3회 국가현안 대토론회’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우리나라 장시간근로 문제로 가족지원 핵심 정책이 지체되고 있다”며 “최근 논란이 된 ‘주69시간제’가 그 예시”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근로기준법 개정 추이를 보면 법정 근로시간은 점진적으로 단축돼 왔지만 ‘당사자 합의’를 통해 연장·변형·탄력·선택 근로·특례 업종 등을 허용함으로써 법정 근로시간이 사문화됐다.

강 실장은 “저출산 정책의 내실화를 위해 주40시간·일8시간 초과 근로를 금지해야 한다”며 “법정 근로시간 준수와 하루하루 일·가정 양립 보장을 통한 사회구조적 대응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주69시간제가 저출산 문제 해결이 도움이 되지 않고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출생아 수는 지난 1982년 85만명에서 2001년 56만명으로 감소했다. 이어 지난해 25만명으로 뚝 떨어졌다. 이로써 한국은 1983년 저출산 국가로 진입한 뒤 2002년부터는 합계출산율 1.3명 미만인 초저출산 국가가 됐다.

한 여성이 가임기간(만15~49세)에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은 작년 0.78명을 기록하면서 세계 꼴찌를 기록했다. 급격한 출산율 하락으로 인한 인구감소로 오는 2060년 국내총생산 5% 하락이 전망된다.

강 실장은 한국의 초저출산 현상 뒤에 소득격차가 자리 잡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한국에서 결혼·출산 선택은 개인의 성취 지위와 귀속 지위에 따른 계층화된 선택”이라며 “그동안의 저출산 대응은 이를 완화하는 데 실패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특히 우리나라 가족지원 예산은 OECD 대비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며 “초저출산 국가였던 독일과 헝가리는 현재 합계출산율이 OECD 평균에 근접한다. 이는 가족지원 예산을 3% 이상으로 크게 확대함으로써 상승세로 반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연합)

실제로 우리나라 GDP 대비 가족지원 예산(육아휴직, 아동수당, 보육지원 등) 비율은 2019년 기준 1.56%로 OECD 평균 2.29%에 못 미치며 저출산을 극복한 프랑스, 독일, 스웨덴 등 주요 3개국(3.37%)과 비교해도 절반 이하 수준이다.

이에 강 실장은 아동수당을 0~17세 아동 전체로 지급 대상을 확대하고 예산을 증액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또 고용보험기금과 별도의 재원을 가진 보편적 생애초기 부모돌봄 지원으로 부모휴가를 보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저출산 극복을 위해 지금이라도 가족지원 예산을 신속하게 정상화해야 한다”며 “고용·주거·사교육 등 사회구조적 대응 모색을 병행하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최슬기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가족지원 예산이 OECD 국가들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문제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보다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GDP 대비 관련 예산 비중을 높이는 것 자체가 정책 목표가 돼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이정아 기자 hellofeliz@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