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 보다 심각한 깡통 오피스텔, 전세가>매매가 속출

채훈식 기자
입력일 2023-04-20 14:36 수정일 2023-04-20 16:19 발행일 2023-04-21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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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

빌라에 이어 오피스텔도 ‘깡통전세’가 속출하고 있다.

오피스텔은 빌라 보다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전세가율)이 높은데다, 전세가가 매매가를 뛰어 넘은 사례도 속출하고 있어 ‘깡통전세’ 문제는 앞으로도 더 심각해 질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오피스텔은 과거 수년간 아파트 규제강화에 따라 투자용에 더해 주거용으로 대거 공급되면서 공급초과된 상태다.

깡통 전세는 매매가격이 전세보증금 이하로 떨어져 집을 팔아도 보증금 반환이 불가능한 집을 말한다.

20일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3월 기준 서울 오피스텔 전세가율은 84.07% 나타났다. 빌라 전세가율이 70.0%인데 이 보다 14.07%포인트 높은 것이다. 아파트(53.0%)와 비교하면 31.07%포인트나 높다. 통상 전세가율이 85%에 이르면 깡통전세 수준으로 판단한다.

매매가가 전세가 보다 낮은 역전세 오피스텔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강서구 마곡동 A오피스텔은 이달 4일 1억7000만원에 매매됐는데, 같은 면적이 2월에 1억7300만원에 전세로 계약된 바 있다.

신규 오피스텔도 마이너스 프리미엄(마피)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동대문구 전농동 ‘힐스테이트 청량리역’ 전용면적 44㎡E형 분양권 매물이 5억2220만원 선에 나와 있다. 1년전 1억원의 웃돈 붙어 7억2000만원대를 형성했던 것과 비교하면 2억원 가량 가격이 빠진 셈이다.

전문가들은 오피스텔 시장이 위축된 것은 고금리와 정부의 아파트 규제 완화의 영향으로 대체재인 오피스텔의 매력이 떨어졌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또 ‘깡통전세’나 ‘전세사기’ 우려로 임차수요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오피스텔 매수를 망설이게 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가격 하락이 시작되자 집값 대비 높은 전세가율로 오피스텔을 계약한 전세 세입자들은 충격을 그대로 떠안게 됐다.

실제 통탄에서 오피스텔 깡통전세 사고 터졌다.

경기 화성동탄경찰서에 따르면 동탄·병점·수원 등에 오피스텔 253채를 소유한 A씨 부부 측으로부터 “오피스텔의 소유권을 넘겨받아 달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는 임차인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피해를 호소 중인 임차인들은 최근 집값 하락으로 다수 오피스텔의 거래가격이 전세금 이하로 떨어진 데다가 체납세까지 있는 상황에서 소유권을 이전받을 경우 손해가 막심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부산에서도 오피스텔이 통째로 경매에 넘어가 세입자 60명이 보증금을 전부 날릴 위기에 처했다.

김광석 리얼하우스 대표는 “오피스텔은 전세가율이 지나치게 높기 때문에 ‘깡통전세’에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빌라 전세사기에서 벌어진 것과 유사한 현상이 오피스텔로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세입자들은 전세금 반환보증보험 가입 등 안전장치를 마련하거나 월세 비중을 높여 전세금을 떼일 위험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훈식 기자 cha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