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KT… 1분기 역성장 속 지배구조 개선에 안간힘

박준영 기자
입력일 2023-04-10 13:55 수정일 2023-04-10 14:28 발행일 2023-04-11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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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가입자 수 늘었지만 리더 부재로 인한 성장동력 상실이 가장 큰 원인
'뉴 거버넌스 구축 TF' 구성 통해 주주들과 함께 지배구조 개선 나설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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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광화문 East 사옥. (사진제공=KT)

디지털 플랫폼 기업(디지코)으로의 전환에 성공하며 지난 3년간 성장세를 구가해온 KT가 올 1분기에는 역성장 기록이 유력하다. 리더 부재로 인한 성장동력 상실이 핵심 원인으로 꼽히는 가운데 KT는 조기 경영 정상화를 위해 지배구조 개선에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1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T는 올 1분기 556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전망이다. 전년 동기 대비 11.2% 줄어든 수치다. 경쟁사인 SK텔레콤은 7.0%, LG유플러스는 8.7%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전체 5세대 이동통신(5G) 가입자 수가 2900만명을 넘어서는 호재가 있었지만 KT의 역성장을 막지 못했다. 전반적인 시장은 5G 요금제 가격이 LTE보다 비싼 만큼 5G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무선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이 상승, 영업이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구조였다. KT의 5G 이용자 수는 2월 기준 874만 2744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97만 5147명 늘었다.

문제는 경영 공백 장기화다. 실제로 실적 역행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는 부분도 바로 경영 공백 장기화다. KT는 지난해 말부터 신임대표 선임에 총력을 기울였으나 정치권의 외압 등으로 인해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1분기 내내 회사를 이끌 리더가 정해지지 않고, 정상 사업을 수행하는 데 치명적인 어려움을 겪었다.

더 큰 문제는 2분기에도 리더 부재가 이어질 것이란 대목이다. 박종욱 대표직무대행이 비상경영체제를 이끌고 있지만, 구현모 전 대표처럼 전반적인 사업을 전면에서 이끌기에는 동력이 약하다는 평가다.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 실적 개선을 위해 신사업을 전개하는 등의 활동을 펼치기엔 KT에 쏠려있는 시선이 너무 무겁다”면서 “박 대행으로서는 최대한 현상을 유지하면서 조기 경영 정상화에 힘을 쓰는 정도가 아닐까 싶다”고 평가했다.

현재 KT는 조기 경영 정상화를 달성을 목표로 지배구조 개선에 치중하고 있다. 신임대표 선임 과정에서 정부와 여권은 KT에 지배구조와 경영체계 개선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이에 대해 KT는 ’뉴 거버넌스 구축 TF‘ 를 지난 5일부터 띄웠다. 오는 8월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뉴 거버넌스 구축 TF는 KT 대표이사 및 사외이사 선임 절차와 이사회 역할을 점검하고 지배구조 발전 방향을 제시하게 된다.

뉴 거버넌스 구축 TF는 KT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지분율 1% 이상의 국내외 주요 주주에게 지배구조 관련 전문가를 추천받아 구성됐다. 이를 통해 사실상 해체된 이사회 구성과 신임대표 선출에 더 이상 잡음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KT의 구상이다.

KT 관계자는 “글로벌 스탠다드를 넘어선 국내 소유분산기업 지배구조의 모범사례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며 “다양한 이해관계자 특히 주주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주요 주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다만,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뉴 거버넌스 구축 TF 구성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분율 1% 이상인 대주주 중심으로 뉴 거버넌스 구축 방향이 잡히면서 소액주주들은 소외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정부는 정치권 인사들이 추후 KT에 낙하산 사외이사로 포진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9일 KBS 방송을 통해 “오직 주주만이 인사에 개입해야 한다. 정부로서는 적극적으로 개입해서도 안 되고 할 수도 없다. 비합리적으로 정부가 개입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KT는 우리 경제에 너무나 중요한 기업이므로 외부적인 문제에서 벗어나 효율적인 경영과 지배구조가 보장이 되는 기업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박준영 기자 pjy6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