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 하나금융지주 2대 주주 꿰차 왜?

박성민 기자
입력일 2022-04-12 10:55 수정일 2022-04-12 11:12 발행일 2022-04-13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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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그룹 본사
사진=하나금융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운영하는 블랙록펀드어드바이저스(BlackRock Fund Advisors,블랙록)가 하나금융지주의 2대주주에 등극했다. 블랙록이 금융 업계의 ESG 발전을 선도하는 자산운용사로 알려진 만큼 향후 블랙록이 보유한 금융지주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블랙록은 하나금융의 지분율을 6.01%(2022년3월18일 기준)로 높이면서 2대 주주 지위에 오른 것으로 분석된다. 2013년 10월 29일 5.01%의 지분을 보유했다는 공시 이후 약 9년 반만이다. 블랙록이 보유한 하나금융의 주식은 이날 9시 50분 기준 주가(4만7200원)로 환산하면 약 8646억원 규모다. 올해에만 하나금융 주식 46만1678주(20억원)를 샀다.

금융권에서는 블랙록이 이번에 지분율을 끌어오리면서 하나금융의 2대주주자리를 꿰찼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금융이 밝힌 12월말 기준 5% 이상 주주는 국민연금공단이 유일하다. 국민연금공단은 하나금융의 지분 9.19%를 보유한 1대주주다.

블랙록은 그 동안 국내 금융지주들의 지분을 높이고 있었다.

현재 블랙록이 보유한 국내 4대 금융지주 지분은 하나금융 외에도 △KB금융 6.02%(2021년2월26일) △신한금융 5.63%(2018년9월14일) 등이다. 우리금융 지분은 보유하지 않고 있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의 공시를 확인하면 블랙록이 각 사의 2대 주주 지위에 위치한 것으로 분석된다.

은행주들의 주가가 하락할 하방 위험이 낮고, 올해 금융지주들이 중간배당 등 주주환원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 향후 블랙록은 다양한 형태의 투자 수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높은 실적 등으로 인해 KB금융과 신한지주가 5% 후반, 하나금융 지주와 우리금융지주가 6% 후반의 배당이 예상된다”며 “주가의 하방 경직성이 확보된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블랙록은 이번 지분 확대 이유를 ‘단순 투자 목적’ 이라고 설명했지만, 업계에서는 블랙록이 ESG경영을 강력하게 권고하는 경향이 있는 만큼 지분율이 높은 금융사일수록 ESG 분야에 대한 책임감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2020년 4월 한국전력이 블랙록으로부터 받은 서한이 대표 사례다. 블랙록은 한전이 베트남 붕앙과 인도네시아 자와 지역에서 추진 중이던 대규모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에 대해 ‘명확한 전략적 근거’를 CEO가 직접 설명하라고 요구했다. 탄소를 배출하는 석탄발전소 투자 계획을 철회하라는 압박이었다.

하나금융측은 지난해부터 그룹 ESG 중장기 추진 목표 ‘2030 & 60’과 ‘ZERO & ZERO’를 수립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면서 ESG경영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3월 ESG 경영 강화를 목적으로 이사회 내 ‘지속가능경영위원회’를 신설했다. 지속가능경영위원회를 통해 그룹의 ESG 전략 및 정책 수립 등 주요 사항을 결정하며 글로벌 ESG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효과적인 ESG 전략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탄소중립 및 탈석탄 선언을 통해 저탄소경제로의 전환을 선포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적도원칙 가입을 완료했다.

아울러 탈석탄을 선언한 이래 국내외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위한 신규 프로젝트 파이낸싱과 채권 인수 등을 전면 중단했다.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하나금융그룹 지속가능금융 프레임워크를 제정하여 제한업종과 유의업종을 분류하여 온실가스 다 배출산업에 대한 여신 익스포저 관리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박성민 기자 smpark@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