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사외이사②] 여성 신규 사외이사 '봇물'… 금융지주 54%달해

박성민 기자
입력일 2022-03-13 04:22 수정일 2022-03-14 15:08 발행일 2022-03-15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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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금융사들이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규 사외이사중 40% 정도를 여성 사외이사로 선임할 방침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체제 확립을 위해 이사회 구성원에 변화를 주고 아울러 자산 2조원 이상 상장법인은 이사회를 남성 또는 여성으로만 구성하지 않도록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올 8월부터 시행되는 등 경영환경 변화에 따라 여성 사외이사 비중을 늘리는 추세가 뚜렷하다.

14일 브릿지경제신문이 지난 금요일(11일) 까지 금융결제원 전자공시스템에 관련 내용을 공개한 38개 금융사의 자료를 조사한 결과,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신임 사외이사로 추천된 인물은 36명으로 나타났다. 12개 기업은 신규 사외이사 추천이 없었다. 이에 따라 총 26개 기업이 36명을 추천하면서 1개사 당 1.38명꼴로 조사됐다.

특히 올해 주총 안건중 눈길을 끄는 것은 총 14명이 여성 신규 사외이사로, 전체 신규사외이사 중 38.9%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높았다.

가장 바쁘게 움직이는 곳은 금융지주 9개사다. 총 13명의 신규 사외이사 중 7명(54%)이 여성으로 조사됐다.

한국금융은 신규 추천 사외이사 2명이 모두 여성으로, 김희재 대표이사, 최수미 교수 2명을 후보로 올렸다.

신한금융·우리금융은 여성사외이사를 각각 1명 추천했다. 신한금융은 김조설 오사카상업대학 경제학부 교수를 추천했다. 주총에서 안건이 통과되면 14명의 이사회 멤버 중 여성 이사를 2명으로 확대하게 된다.

우리금융은 송수영 변호사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송 후보가 이사회에 합류하면서 우리금융은 처음으로 여성 사외이사를 확보해 이사회의 균형성을 높일 수 있게 된다.

지방금융지주 3사 역시 울해 주주총회를 앞두고 모두 여성 사외이사 선임에 나섰다. BNK·DGB·JB금융지주는 각각 김수희 변호사, 김효신 경북대 로스쿨 교수, 이성엽 회계사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이 밖에도 보험회사 7곳에서 3명(37.5%)으로 조사됐다. 삼성생명은 올해 주총에서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학과 교수를 사외이사로, 삼성화재도 박성연 이화여대 경영학 교수를, 한화손해보험은 김정연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신규 여성 사외이사 후보로 올렸다.

이 외에 증권사 7곳은 3명(30%), 카카오뱅크 1명의 여성 신규 사외이사를 추천했다.

이렇듯 금융권에서 일제히 신임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나선 건 개정 자본시장법을 따르기 위한 성격이 짙다. 오는 8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자본총액 2조원 이상인 상장 금융사는 이사회를 특정 성별로만 구성할 수 없게 된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서도 전문성 있는 여성 이사를 선임하기 위한 움직임이 더욱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법적 구속력보다는 자발적인 선임이 긍정적 효과가 있기 때문에 미준수에 따른 처벌 규정은 없다.

업계 관계자들은 “자본시장법 외에도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함으로써 전문성과 함께 ESG 트렌드에 발맞춰 이사회 내 성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대다수 사외이사가 여전히 남성으로 이뤄져 있으며, 여성 사외이사는 한 명 정도에 불과한 실정에 관해 구색 맞추기란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사회 내에 여성 사내이사를 선발하기에 어려움이 크다. 이에 외부에서 여성을 뽑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박성민 기자 smpark@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