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은행권 경영전략] KB국민·신한·하나·우리 “플랫폼으로 진화는 필수”

김수환 기자
입력일 2022-01-18 11:14 수정일 2022-01-19 11:30 발행일 2022-01-2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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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은행
KB국민은행(사진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사옥 (사진=각 사 제공)

새해들어 금융당국의 차주 단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강화되면서 은행들의 대출증가율은 지난해보다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에 접어들면서 차주들의 이자부담이 늘어남에 따른 부실여신 증가, 오는 3월 코로나19 피해 대출 만기연장·이자상환 유예 조치 만료에 따른 리스크 관리도 새해 은행권 경영의 주안점으로 꼽힌다. 무엇보다도 빅테크와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디지털 역량 강화가 은행권 생존의 필수 과제로 떠올랐다.

◇ “빅테크와 경쟁에서 생존하려면 플랫폼화 피할 수 없어”

19일 브릿지경제가 연초 주요 금융사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2022년 금융계 경영전략’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은 빅테크와의 경쟁이 심화된 가운데 플랫폼기업으로의 진화를 올해 사업전략의 최우선순위로 꼽았다.

KB국민은행은 네이버나 카카오 등 기존 ICT 기업이 메가 금융플랫폼으로 변화할 가능성을 예상한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금융서비스의 디지털화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생활과 금융을 연계하는 생태계속에서 다양한 공급자와 소비자를 연결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플랫폼으로의 진화에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폭 넓은 제휴와 협업을 통해 금융과 비금융을 아우르는 종합금융플랫폼으로의 진화를 지속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하나은행은 카카오뱅크·토스뱅크 등 빅테크와 핀테크의 금융업 진출이 확대되면서 시장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생활형 금융서비스를 포함한 전방위적 플랫폼 혁신을 위해 경쟁력 있는 지급 결제 중심의 플랫폼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의 경우, 기존 금융권이 독점해온 금융데이터와 인프라 등에 대한 개방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빅테크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전부문의 디지털화 및 플랫폼화’를 핵심 과제로 설정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레거시 금융에 디지털을 접목하고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신기술을 지속적으로 내재화하는 등 미래 경쟁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로 인한 대출성장 둔화, 정부의 코로나19 출구전략에 따른 부실여신 증가도 올해 영업전망에 주요 변수다.

신한은행측은 “시장금리 상승 등으로 대체로 긍정적인 실적이 예상되지만 코로나 유예지원 종료시 신용위험이 증가할 수 있는 등 건전성 관리가 더욱 중요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 부분을 어떻게 관리할지에 따라 올해 실적이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정부의 가계대출 총량규제와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에 대한 자금 지원 축소로 자산증가율이 지난해 대비 소폭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정상화 과정에서 자산성장이 다소 둔화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우리은행도 “금리상승기 이자부담으로 인한 부실여신 증가, 코로나19 정부지원 종료에 따른 이연부실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수익성과 성장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선제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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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pan style="font-weight: normal;">우리WON뱅킹 배달서비스 ‘마이 편의점’(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KB국민은행 마이데이터 서비스, 신한은행의 ‘라이더 대출’, 하나은행 ‘하나원큐’ 앱 (사진 = 각 사 제공)
◇ “플랫폼 고도화·AI 등 디지털 역량 강화”
4대 은행들의 올해 신규 역점 사업은 ‘디지털 역량 강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

우리은행은 올해 경영목표를 ‘고객 중심 No.1 금융플랫폼 기업’으로 설정하고, 고객 접점의 모든 채널을 혁신하고, 데이터 기반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강화하는데 집중할 계획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올해 가장 중요한 과제는 디지털 역량 강화”라며 “AI, 빅데이터 등 디지털기술 전방위에 걸쳐 내부 역량을 강화하고 외부와의 협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나은행은 생활형 금융서비스를 포함한 전방위적 플랫폼 혁신을 위해 ‘하나원큐페이’ 앱, ‘하나원큐’ 앱, 마이데이터서비스 ‘하나 합’ 등으로 경쟁력 있는 플랫폼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하나은행측은 “모바일 금융 플랫폼과 비금융 생활 영역에 대한 상생 협력을 통해 손님 중심의 디지털 금융 생태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사적인 디지털 전환을 추진해 온 KB국민은행은 앞으로도 다양하고 폭넓은 제휴와 협업을 통해 금융과 비금융을 아우르는 종합금융플랫폼으로의 진화를 지속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올해 1월 본격 시행된 마이데이터의 핵심 경쟁력 확보에도 주력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디지털 경제 확산에 따라 배달 라이더와 같은 긱워커가 늘어나는 점에 착안해 고객설문 및 급여 데이터분석 등 금융, 비금융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라이더 대출’을 출시해 중·저신용자 대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금융이력부족자(Thin-Filer·씬파일러)의 신용평가 정확도를 개선하고 활성화하기 위한 장치로 소액결제, 입출금 계좌 이용 등 ‘생활 밀착형 데이터’를 활용한 AI 머신 러닝기반 전략 신용평가모형을 구축해 적용하고 있다.

◇ “ 리스크 관리 철저…올해도 좋은 성과 기대”

4대 은행들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긍정적인 실적 전망을 유지했다.

KB국민은행은 “대손 비용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어 올해 연간 순이익은 전년보다 개선될 것”이라며 “본원적 비즈니스인 예대마진 성장에 주안점을 두면서도 핵심성장 사업인 글로벌, CIB(기업투자은행), 플랫폼 비즈니스 등에서 수익 창출력을 획기적으로 증대시켜 이익 기여도를 높여나가겠다”고 밝혔다.

하나은행은 “강점사업 육성 및 비용 효율화 노력, 정부정책에 부합하는 가계대출 관리, 그리고 고위험 여신에 대한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지속함으로써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적극적인 영업활동과 선제적 리스크 관리를 병행해 좋은 성과를 이루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은행들의 이 같은 새해 전략에 대해 이병윤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은행들이 빅테크와 경쟁하기 위해 플랫폼 비즈니스를 하려 하는데 금융당국이 부수업무로 허용해줘야 하는 규제 문제가 걸린다”며 “빅테크는 은행들의 플랫폼비즈니스 확장이 달갑지 않을 것이고 이런 이슈로 논쟁이 있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이어 “기준금리가 오르는데 코로나19로 시행했던 원금 상환유예 조치가 종료되면 가계대출이 많이 늘어난 상태에서 부실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리스크 관리도 철저히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환 기자 ks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