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전례 없던 공정위의 ‘SK실트론’ 심사.. 그리고 옥에 티

곽진성 기자
입력일 2021-12-23 13:56 수정일 2021-12-23 14:00 발행일 2021-12-2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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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진성 정치경제부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의 ‘SK실트론 사익편취 의혹’ 심사는 경제계 안팎에서 초미의 관심사였다. 이 사건이 뜨거운 관심사로 떠오른 것은 재벌 총수 관련 사안이라는 점과 더불어 지배주주가 절대적 지배력 등을 통해 계열회사의 사업기회를 이용한 행위에 대한 공정위 제재가 그간 없었던 일이라는 점에서였다. 전례 없는 사안을 심사한 공정위에 맞서 재벌총수도 전례 없는 행동으로 맞섰다. 지난 15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주요 대기업 총수 중에는 사실상 처음으로 공정위 전원회의에 참석한 것이 그것이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2017년 SK가 최 회장에게 합리적 이유 없이 지분취득 기회를 제공한 혐의에 대해 조사를 진행해 왔다. 15일 전원회의에 나온 최 회장은 억울함을 호소했다. 공정위의 결론은 재벌총수의 호소와는 결이 달랐다. 22일 공정위는 최태원 그룹 회장과 SK의 행위에 위법성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관련 행위에 대한 공정위의 첫 제재이며, 그 의미가 상당하다는 자평도 곁들였다.

그러나 공정위의 제재가 관련 행태 근절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특히 벌어들인 가치에 비해 소액의 과징금(총 16억원)이란 점에서, 좋지 않은 전례가 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최 회장이 ‘SK실트론 사익편취 의혹’과 관련해 취득한 관련 주식의 가치는 2017년 대비 지난 2020년 말 기준 가치가 약 1967억원이 상승했는데, 최 회장은 출석한 전원회의에서 “제가 SK주식회사에 갖고 있는 주식이나 재산은 실트론에 갖고 있는 주식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상당히 큰 액수”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런 최 회장은 공정위가 자신에게 내린 8억의 과징금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지 자못 궁금하다.

곽진성 정치경제부 기자 pe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