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뇌 신경회로 원격 제어 기술 개발

조택영 기자
입력일 2021-12-08 13:01 수정일 2021-12-08 13:02 발행일 2021-12-08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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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 뇌 질환 치료·신약 개발 연구 등 적용 기대
사물인터넷 기반 뇌 신경회로 원격제어 시스템의 개념도
사물인터넷(IoT) 기반 뇌 신경회로 원격제어 시스템의 개념도. (제공=카이스트)

국내 연구진이 뇌 신경회로를 인터넷을 이용해 원격 제어할 수 있는 무선 네트워크 기술을 개발했다. 해당 기술은 다양한 퇴행성 뇌 질환, 정신질환의 발병 기전 규명과 치료법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카이스트(KAIST)는 정재웅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 연구팀이 미국 워싱턴 대학교, 미국 콜로라도 대학교 연구팀과 공동 연구를 진행해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뇌 신경회로 원격제어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8일 밝혔다.

전 세계적으로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과 같은 뇌 질환으로 고통받은 환자 수가 급증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근본적인 뇌 질환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해 뇌 기능 및 뇌 질환 발병 기전을 규명하기 위한 뇌 연구가 시급한 상황이다.

그러나 뇌 연구의 진행 속도가 뇌 질환 환자의 증가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어, 뇌 연구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새로운 기술 개발이 절실히 요구되는 실정이다.

그동안 뇌 연구에 사용됐던 대부분의 신경과학 장치들은 외부 장비와 선으로 연결된 유선 방식으로 구동됐으나, 이런 방식은 피실험 동물을 물리적으로 제약할 뿐 아니라 실험 진행자의 직접적인 개입이 불가피했다. 이 때문에 피실험 동물의 행동에 영향을 주는 ‘관찰자 효과’를 발생시켜 정확한 뇌 연구 결과 도출이 어려웠다.

이에 연구팀은 사물인터넷 기술을 접목해 다양한 다수의 뇌 이식용 기기를 인터넷 원격으로 동시 제어하거나 예약된 스케줄에 따라 기기들이 자동으로 구동되도록 하는 무선 네트워크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목표 동물의 특정 뇌 회로를 원격 제어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해당 시스템은 사용자가 인터넷 웹사이트 기반의 무선 네트워크 플랫폼을 통해 뇌 이식용 장치 원격제어, 자동화된 데이터 수집, 뇌 회로 제어 스케줄링 등 여러 기능을 손쉽게 구현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연구팀은 이 시스템의 뇌 신경회로 자동 원격제어 기능을 이용, 자체 제작한 무선 장치(뉴럴 임플란트)가 이식된 수십 마리 쥐의 뇌 신경회로를 광유전학적 방법으로 사람의 개입 없이 원격 자동 제어해 자동화된 뇌 연구 실험에 적용이 가능함을 입증했다.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뇌 연구 및 다양한 신경과학 연구를 자동화시켜 여러 퇴행성 뇌 질환, 정신질환의 발병 기전 규명과 치료법 개발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 먼 거리에 있는 환자의 질환을 원격으로 치료하는 원격 의료 구현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 교수는 “개발된 원격제어 기술은 동물을 활용한 뇌 연구에 필요한 인간개입을 최소화해 뇌 연구의 효율을 높이고 실험의 불확실성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 기술은 뇌 연구를 넘어, 많은 동물 실험을 필요로 하는 신약 개발, 병원 방문 없이 뇌 질환 및 여러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원격 의료 구현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 기술이 더 광범위하게 뇌 과학 연구 및 치료에 사용될 수 있도록, 인공지능(AI) 기반의 실시간 뇌파 원격 모니터링 기술을 개발해 해당 시스템과 접목하기 위한 연구를 계획 중이다.

조택영 기자 cty@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