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보험사 부도나면 해지환급금만 보장"… 예금자보호제도 개선 필요

박성민 기자
입력일 2021-12-02 14:50 수정일 2021-12-02 14:52 발행일 2021-12-02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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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개발연구원(KDI)

보험사 부도시에 실제로 보험 소비자들이 돌려 받을 수 있는 금액이 기대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황순주 연구위원은 2일 발표한 ‘KDI 정책포럼 - 보험소비자에 대한 예금자보호제도 개선방안’ 보고서에서 “예금보험공사가 5000만원까지 보장하는 항목은 보험금이나 납부 보험료가 아닌 해지환급금”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보장성 보험의 경우 주된 목적이 위험 보장이므로 일반적으로 보험금이 가장 많고, 그다음으로 납입한 보험료 총액이 많다. 해지환급금은 가장 적다. 특히 2019년과 지난해 연간 400만건 이상 판매된 무해지·저해지 환급형 보험은 해지환급금이 아예 없거나 적게 설계돼 있다.

황 연구위원은 “무해지·저해지 보험은 예금자 보호의 사각지대에 있을 가능성이 크지만, 가입자 대다수가 이런 사실을 모르고 보험에 가입한다”고 지적했다.

예금보험공사가 제시하는 안내 문구에 따르면 소비자는 1인당 5000만원까지 ‘금융상품의 해지환급금(또는 만기 시 보험금이나 사고보험금)’을 보호받을 수 있다.

황 연구위원은 “주로 해지환급금을 보호하되 예외적으로 보험금을 보호할 수도 있다는 취지”라며 “보험사가 파산한 시점에 암에 걸리거나 사망하는 등 보험사 파산 시점과 사고 시점이 겹칠 때 예외적으로 보험금을 보호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 7∼8월 보장성 보험 가입자 1200명에게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2.3%는 예금보험공사가 보험료나 보험금을 5000만원까지 보호하는 것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었다. 30대 청년층은 기대수명까지 남은 시간이 길어 예금자 보호 중요성이 더 크지만 주된 예금자 보호 대상이 해지환급금이란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더 많았다. 또 보장성 보험 가입자의 46.2%는 보험에 가입할 때 미래에 보험사가 무너질 가능성을 생각해 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황 연구위원은 “보험소비자 다수가 보험에 가입할 때 보험사의 잠재적인 부실 위험을 과소평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유사시 보험금이나 보험료가 보호될 것으로 예상한 가입자는 이보다 적은 해지 환급금이 보호됨에 따라 충격과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황 연구위원은 “보장성 보험 소비자를 실효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예금자보호제도의 주된 보호 대상을 보험금으로 변경하고 보장성 보험 소비자에 대한 예금자 보호 한도도 현행 5000만원에서 상당폭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미국, 캐나다, 영국 등 주요국에서도 주된 보호 대상은 보험금”이라며 “국제예금자보호기구(IADI)는 전체 예금자의 90∼95%를 전액 보호할 수 있는 기준을 적정 보호 한도라고 판단하는데, 보호 한도가 1억원이면 이런 기준에 대체로 부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은행 예금은 확정적으로 원리금을 지급하지만 보장성 보험은 보험사고 발생이라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보험금을 지급하므로 같은 보호 한도를 적용하면 보험소비자가 과소 보호되는 문제가 생긴다”며 “은행 예금에 대한 보호 한도가 5000만원이라면 보장성 보험 소비자에 대한 보호 한도는 5000만원을 넘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성민 기자 smpark@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