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나를 엿본다’…‘월패드’ 해킹 공포 확산

조택영 기자
입력일 2021-11-29 14:32 수정일 2021-11-29 14:43 발행일 2021-11-29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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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인터넷 연결·카메라 내장된 모든 기기 해킹 위험 존재…카메라 가리는 것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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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패드 등 홈 네트워크 기기 관리·이용자 보안수칙. (제공=과기정통부)

최근 아파트에 인터폰처럼 설치돼 가정 내 사물인터넷(IoT)을 제어하거나 외부 방문자 등을 확인할 때 쓰는 기기인 월패드(wallpad·주택 관리용 단말기)가 해킹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경찰은 이른바 ‘월패드 해킹 사건’과 관련, 700여건의 피해 사실을 확인하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다크웹 등을 통해 유포된 월패드 영상에는 피해자의 일상 생활 뿐 아니라 알몸, 성관계 장면까지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보통 월패드에는 경비실이나 외부 방문자, 다른 가구와의 영상 대화를 위해 카메라가 달려있다. 해커는 이를 노리고 월패드를 해킹해 실시간으로 집을 들여다본 것이다. 특히 아파트를 비롯한 공동주택 월패드는 전체 세대가 공동망을 사용하기 때문에 한 세대만 해킹을 당해도 다른 세대까지 위험해진다.

이러한 월패드 해킹 소식이 알려지면서 카메라가 없는 기기도 위험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형국이다.

서울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30대 A씨는 “언뜻 봐선 집 월패드에 카메라가 없어 보이는데 해킹 소식 때문에 너무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B씨도 “카메라가 없더라도 우리 부부의 대화 내용이 유출되는 게 아닐까 무섭다”고 말했다.

보안 전문가들은 당장의 영상 유출 피해를 막기 위해 월패드에 있는 카메라를 가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보안 업계의 한 관계자는 “카메라가 달려 있으면서 인터넷이 연결된 모든 기기는 해킹 위험이 존재한다”면서 “당장의 피해를 막으려면 스티커 등으로 카메라를 가리고, 필요할 때만 떼서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홈 네크워크 기기를 켜고 끄는 기술이 고도화되고 서비스가 보편화되면서 이를 악용해 해킹을 통한 사생활 영상 유출 등 침해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이용자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홈 네트워크 기기 제조 기업에겐 △안전한 소프트웨어 개발보안(시큐어 코딩 등) △알려진 보안취약점 점검 및 조치 등을, 기기 이용자에게는 △기기는 반드시 암호를 설정하고 유추하기 쉬운 암호 사용하지 않기 △기기는 주기적으로 최신 보안 업데이트 하기 △ 카메라 기능 미이용 시 카메라 렌즈 가리기 등을 당부했다.

공동주택 관리소(아파트 관리사무소 등)에는 △방화벽 등 보안장비 운영 △주기적인 보안취약점 점검 및 조치 △관리 서버에 불필요한 프로그램 및 서비스 제거 △관리자 비밀번호 주기적으로 변경하기 △침해사고 발생 시 인터넷침해대응센터(118)로 신고하기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최근 정부는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된 공동주택 시스템 구조를 바꿔 해킹 공격을 막기 위해 ‘세대간 망분리’를 의무화하기로 결정했다. 과기정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는 홈 IoT 보안 관련 고시인 ‘지능형 홈네트워크 설비 설치 및 기술기준’에 세대간 망분리 의무화 조항을 담기로 했다.

조택영 기자 cty@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