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라떼] 학생도 ‘배지 전쟁’ 나서나, 피선거권 연령 하향 논의…여야, “이제는 낮춰야” 한목소리

조택영 기자
입력일 2021-11-20 09:07 수정일 2021-11-20 09:07 발행일 2021-11-20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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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목희 “연령 낮추는 건 기본…젊은 층이 의회에 많이 진출할 수 있는 정치적 수단 필요”
김형주 “선거권·피선거권 모두 하향…청년 정치 키우려면 안정된 교육받게 해야”
김재경 “성사될 여건 충분…젊은 층의 정치적 판단 부족하지 않을 것”
홍일표 “연령 하향은 긍정적…충분한 국민적 동의 위해 의견 수렴 과정 더 거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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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pan style="font-weight: normal;">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지난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개포고등학교 앞에서 학부모가 수험생을 찍고 있다. (연합)

“나 때는 말이야” 사람들이 현재를 지난날과 비교하며 지적할 때 자주 붙이는 말이다. 이를 온라인상에서는 ‘나 때’와 발음이 유사한 ‘라떼’라고 부른다. 브릿지경제신문은 매주 현 21대 국회 최대 현안에 관해 지금은 국회 밖에 있는 전직 의원들의 훈수, 라떼를 묻는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목희·김형주 전 의원, 제1야당 국민의힘에선 김재경·홍일표 전 의원이 나섰다.

내년 3월 치러지는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피선거권 연령을 만 18세 이상으로 낮추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연이어 발의하고 있다.

피선거권 연령 하향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현재 18~24세는 투표권을 행사할 순 있지만 출마는 불가능한 상태다. 현행법상 피선거권 연령은 대통령 40세 이상, 국회의원·지방의회의원 및 지방자치단체장은 25세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여야는 피선거권 연령 하향을 논의하기 위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구성에 합의했고, 정개특위에서 논의를 시작하면 개정안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법안이 현실화될 경우 청년의 정치참여가 늘어나고 고등학생 국회의원이 탄생하는 상황도 생긴다.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존재하지만, 이제는 정치인 세대 교체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전직 의원들은 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더불어민주당 이목희 전 의원은 “기본적으로 피선거권 연령 하향에 대해 찬성이다. 피선거권 연령을 대폭 낮추고, 젊은이들이 실제로 의회에 더 많이 진출할 수 있도록 하는 정치적 수단이 필요하다”면서 “사실 국회가 각계각층, 다양한 세대 등의 상황과 목소리를 잘 반영하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또 민주당, 국민의힘 모두 많이 노령화돼있다. 하향 연령을 몇 세로 할지는 논의와 광범위한 의견수렴이 필요한데, 현재보다 대폭 낮추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선거권 연령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문제는 당이 제대로 된 의지가 있냐는 것이다. 피선거권 하향만 하고, 똑같은 방식으로 공천하는 등 지금과 상황이 같으면 (성공적인 안착이) 어려울 것”이라며 “각 당에서 책임 있는 사람들이 말만 하지 말고 실천적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선거철에 맞춰 젊은 사람들 표를 인식해서 할 사안이 아니다. 나라의 미래를 생각해 (피선거권 연령을) 낮추는 노력과 동시에, 젊은 사람들이 의회에 진출하고,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같은 당의 김형주 전 의원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당 대표가 되면서 청년들의 정치 참여가 현실화되고 있다. 한국의 경우 대통령에 출마하는 자격이 너무 높은 것도 있고, 외국은 선거권과 피선거권 연령을 거의 동일 시 하는 나라들도 있기 때문에 선거권·피선거권 모두 조금 더 하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21대 국회를 보면 시민단체에 있던 사람들에 대해 위성정당에 이름을 올려놓고, 바로 국회의원 배지를 달게 하는 일이 있지 않았나. 이런 것은 앞으로 정당의 문화와 정치적 리더십에 있어, 하부 구조가 약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독일의 경우는 연방정치교육원 등에서 어릴 때부터 정치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하지 않나. 프랑스도 마찬가지로 민주시민교육을 세게하는데, 우리도 정당에서 당원들을 육성해나가는 그런 시스템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청년 정치를 키우려면 안정된 교육을 받게 해야 한다”면서 “외국에서는 검증의 기회를 통해 대통령이 되는데 당장 우리나라를 보면 전혀 그런 교육 없이 대선 후보들이 갑자기 나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런 것들이 국민을 더 불안하게 하는 요소다. 장기적인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김재경 전 의원은 “그동안 정치권에서 여러 차례 부상했던 이슈 중 하나다. 요즘 흐름을 보면 젊은 사람들의 정치 참여, 그들이 만들어 내는 결과 등에 주목하는 것 같다. 대선 시즌이 되니 테이블 위에 올라온 것이다. 충분히 그럴만한 여러 가지 여건이 갖춰졌다고 본다”면서 “지금까지는 연령 하향에 대해 보수 성향의 정당에서는 대체로 소극적이고, 민주당 쪽에서는 적극적인 스탠스를 보이지 않았나. 근데 이번 경선 과정 등을 보면 국민의힘도 젊은 층에서 밀리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러니 어느 때보다도 이게(피선거권 연령 하향) 성사될 여건이 충분한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다른 문제는 없다고 본다. 요즘은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부터 한글을 깨우치지 않나. 또 아이들의 교육 여건, 성장 속도 등을 보면 예전 우리가 클 때 하고는 확연히 다르다. 이 때문에 젊은 층이 정치적 판단 등에 있어 부족할 것 같지 않다”면서 “물론 교육 환경적인 측면에서 보면 고등학교와 대학은 여러 가지 차이가 있지 않나. 고등학교 안에까지 정치가 들어가게 된다는 것이 사회적으로 가장 우려했던 거고, 여전히 그 걱정은 남아 있는 것 같다. 이 부분에 대해 만족할만한 해법만 찾으면 피선거권 연령 하향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전했다.

같은 당의 홍일표 전 의원은 “이준석 대표, 송영길 대표 모두 찬성하고 있는 상태인데, 충분한 여론 수렴이 됐는지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청년 층이 정치에 참여하도록 하는 취지는 좋지만, 만 18세면 아직 청소년기이고 좀 더 많은 경험과 식견이 필요한 나이이기 때문에 바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론화 과정을 더 거쳐야 하고, 국민에게 필요성을 설득하는 등의 행동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대통령 출마는 40세 이상이어야 한다는 것 등도 그걸 만들 때는 나름 다 이유가 있었다”면서 “다시 한 번 이 사안을 펼쳐놓고 국민들과 천천히 상의를 해보고 공감대를 확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피선거권 연령 하향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국민적 동의를 충분히 얻기 위해서는 의견 수렴 과정을 더 거치면 좋을 거라 본다”고 했다.

한편 피선거권 연령 하향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 내년 6월에 실시되는 지방선거부터 적용돼 만 18세가 시도지사 등 지자체장 후보로 나설 수 있게 된다.

조택영 기자 cty@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