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트, 암 세포막 미스터리 풀었다…구충제 작용 원리 규명

조택영 기자
입력일 2021-11-15 11:04 수정일 2021-11-15 11:24 발행일 2021-11-15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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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피드 래프트 표적치료를 통한 항암치료 전략. (제공=지스트)

암 치료법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암세포는 여전히 항암요법으로도 쉽게 죽지 않으며 환자의 건강을 위협하는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암세포가 외부 스트레스에도 생존할 수 있도록 돕는 암 세포막의 미스터리를 밝혀냈다.

지스트(광주과학기술원) 생명과학부 남정석 교수 연구팀은 리피드 래프트가 정상 세포보다는 암세포에서 더 특이적으로 존재하며, 암세포 내 생존 신호 경로를 지속 활성화해 암세포가 죽지 않고 계속 살아남을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15일 밝혔다.

리피드 래프트란 세포막에 존재하는 콜레스테롤과 포화 지질로 인해 구분돼 모여 정렬된 영역이다. 다양한 신호 전달의 허브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암 세포막에 리피드 래프트가 많아질수록 암세포가 암 줄기세포의 특성을 획득하게 된다는 것을 밝혀냈다. 또 리피드 래프트 표적 치료를 통해 난치성 암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전략을 찾아냈다고 한다.

특히 연구팀은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구충제 밀테포신이 암 세포막의 리피드 래프트를 파괴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밀테포신을 활용한 리피드 래프트 표적 치료가 암세포의 생존 신호를 방해하고 암재발 능력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이는 난치성 암을 치료할 수 있는 실험적 근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지스트는 설명했다.

남정석 교수는 “이번 연구는 암세포의 생존 신호를 조절하는 리피드 래프트의 새로운 역할을 밝혀냈고, 난치성 암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전략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데 의의가 크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지스트 남정석 교수가 주도하고 박소연 박사와 김지흔 박사과정생이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자지원사업과 SRC선도연구센터지원사업, 지스트 GRI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의학분야 전문 권위지인 ‘클리니컬 앤 트랜스래이셔널 메디슨’에 지난 4일 온라인 게재됐다.

조택영 기자 cty@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