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동 대기자의 자영업이야기] ‘음식점허가총량제’ 유감

강창동 기자
입력일 2021-11-10 07:00 수정일 2021-11-10 07:00 발행일 2021-11-1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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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동 유통전문 대기자·경제학 박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최근 서울 관악구의 한 전통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음식점허가총량제’를 언급했다. 당시 야당 후보들은 기다렸다는 듯 음식점허가제에 맹폭을 가했다. “규제만능의 사고방식”이라거나 “헌법에 보장한 영업의 자유를 침해하는 반헌법적 발상”이란 비난이 터져나왔다.

이에 이 후보는 “공약도, 정책도 아니며 아직은 아이디어 차원에 불과하다”고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자유의 이름으로 위험을 초래하는 방임을 용인해서는 안된다는 점에서 고민해볼 필요는 있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여당 정책 담당자들 사이에서도 음식점허가총량제가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골목상권 대형마트 입점 규제 등과 비슷한 소상공인 지원 정책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 감지된다.

하지만 음식점허가제를 여당이 대선공약으로 내세운다면 상당한 리스크를 감수해야 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

우선 원론적으로 헌법이 보장한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문제가 있다. 자영업시장에서 성공하든, 망하든 그것은 개인의 영역이다. 누가 성공할 사람인지, 실패할 사람인지 미리 판별할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퇴출자가 없는 경우 시장진입조차 못하게 하는 허가총량제는 행정만능의 사고방식이란 비난을 자초하기 쉽다.

만약 음식점허가제가 법제화돼 행정기관이 칼자루를 쥐면 음식료 업종의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들은 가맹점 하나라도 더 열기위해 허가담당 공무원에게 줄서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가맹본부와 가맹점사업자가 합의하고 계약을 맺더라도 관청에서 허가하지 않으면 가맹점 개설 자체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공무원들이 가맹본부 목줄을 쥐고 흔드는 희한한 풍경이 펼쳐지는 셈이다.

두 번째는 우선순위의 문제다. 차기 정부가 자영업 관련 정책 중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시장진입을 막는 일이 아니다. 그보다 더 시급한 것은 자영업시장의 ‘연착륙 정책’이다. 2년에 걸친 코로나19의 거센 폭풍은 방역을 위해 소비자들의 발길을 막은 업종을 중심으로 자영업자들의 삶을 집어삼켰다. 이미 퇴출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 최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음식숙박업에 종사하다가 1년새 실직자가 된 사람이 44만9000명에 달했다. 도소매업이 39만8000명으로 뒤를 이었다. 자영업시장의 주력업종인 음식업 및 소매업에서 코로나19의 타격이 가장 컸다는 방증이다.

현재 남아있는 사람들도 빚을 내 빚을 막는 악순환에 빠져있다. 내년이후 자영업자에 대한 대출유예가 끝나면 1인당 3억4000만원에 달하는 빚을 갚아야 하는 246만여명 자영업자 중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퇴출행렬에 가담할 지 오리무중이다. 지금은 ‘자영업 부흥정책’을 부르짖던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19라는 불의의 강펀치를 맞아 정신을 못차리는 형국이다. 다음 정부가 서둘러야할 일은 자영업 퇴출자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전직훈련과 같은 ‘연착륙정책’을 마련하는게 우선이다. 허가제를 말할 시점이 아니란 얘기다.

강창동 유통전문 대기자·경제학 박사  cdkang1988@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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