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정기예금 한달새 28조 순증… 예금금리는 '거북이'

박성민 기자
입력일 2021-11-08 15:47 수정일 2022-04-04 14:29 발행일 2021-11-09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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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연합)
사진=연합뉴스

시중은행의 총 수신이 한달 만에 28조원 넘게 늘어난 가운데 정기예금이 4% 가까이 급증했다. 코스피가 3000선을 등락하는 등 증시가 조정국면을 겪자 단기적으로 시장 유동자금이 안전자산 안식처인 은행으로 몰린 현상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부의 강한 대출규제로 정기예금 금리는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증시 등 금융시장 흐름에 따라 시중 유동성의 방향 전환은 언제라도 진행될 소지가 크다.

8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지난 10월말 기준 총수신 잔액(신탁 포함)은 1762조1363억원으로 집계됐다. 9월말 1733조4122억원과 비교하면 한 달여 만에 28조7241억원(1.7%) 증가했다. 이중 정기예금 잔액은 655조7719억원으로 23조3549억원(3.7%) 늘었다.

금융권에선 가상자산(암호화폐), 증권시장의 악화로 안정적인 은행권으로 자금이 이동한 것으로 분석했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 10월 이후 3000선을 중심으로 박스권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예금금리 상승 속도는 더디다는 평가다. 한은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정기예금(1년·신규 취급액 기준) 평균 금리는 지난 8월 1.16%에서 9월 1.31%로 0.15%포인트(p) 소폭 상승하는데 그쳤다. 정기적금 금리는 1.15%에서 1.36%로 0.21%p 올랐다.

실제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 자료에 따르면 이들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상품 15개 중 기본금리가 1%를 넘는 상품은 단 두 개뿐이다. 15개 상품의 금리 하단은 0.55%, 상단은 1.55%로 조사됐다. 우대금리까지 합하면 상단 0.85~1.65%의 수준이었다.

이렇듯 예금금리 인상 폭이 기준금리 인상 폭에도 미치는 못하는 것은 풍부한 시중 유동성을 바탕으로 시중은행 대부분이 예대율(예금 잔액에 대한 대출금 잔액 비율)을 100% 이내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예·적금 금리를 높여 자금을 조달할 필요가 없는 이유로 풀이된다. 은행권의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 대출 지원을 위해 금융당국의 예대율과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 완화 조치가 내년 3월까지 재연장된 것도 은행권의 적극적인 정기예금 유치 필요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한편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도 연일 상승 중이다. 기준금리 추가 인상 전망과 인플레이션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은행권 신용대출 금리의 기준금리로 사용되는 은행채 1년물 금리는 5월 말 연 0.935%에서 10월 말 1.743%로 올랐다. 또 주담대 변동금리 상품의 기준금리인 신규 코픽스는 5월 0.82%에서 9월에는 0.95%로 상승했다.

이에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금리) 상품의 금리는 지난 1일 3.97~5.37%로, 올랐다. 5월 말에는 2.54~4.46% 수준이었다. 같은 기간 변동금리(신규코픽스 기준) 상품의 금리는 2.36~4.16%에서 3.31~4.81%로 올랐다. 이 기간 신용대출 금리는 2.13~3.69%에서 3.35~4.68%로 상승했다.

박성민 기자 smpark@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