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욱 공정위원장 “거대 플랫폼 기업, 오징어 게임 ‘1번 참가자’ 같아”

조택영 기자
입력일 2021-11-04 11:06 수정일 2021-11-04 13:33 발행일 2021-11-0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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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플랫폼, 심판·선수 이중 지위 악용”…서울국제경쟁포럼서 발언
기자간담회 갖는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YONHAP NO-2161>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연합)

조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거대 플랫폼은 심판과 선수 역할을 겸하는 이중적 지위를 악용해 노출 순서를 조작하는 등 자사에 유리한 방식으로 경쟁을 왜곡한다. 마치 오징어 게임의 ‘1번 참가자(오일남)’와 같다”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4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11회 서울국제경쟁포럼’에서 개회사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배달앱이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같은 플랫폼은 코로나 시대에 우리 삶을 지탱할 수 있게 해준 고마운 존재”라면서도 “시장을 선점한 소수 플랫폼의 독과점 구조가 굳어지고, 힘의 불균형으로 각종 불공정거래가 발생하는 등 많은 부작용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조 위원장은 거대 플랫폼 기업을 오징어 게임의 1번 참가자에 빗댔다.

그는 “게임의 주최자와 선수를 겸하는 1번 참가자는 줄다리기 게임의 승리 노하우를 자기 팀에게만 알려줬고, 그 덕에 팀원 전원이 생존할 수 있었다”면서 “결국 1번 참가자는 주최자 지위를 악용해 자신이 정한 기준에 따라 게임의 승자와 패자를 결정했다. 이처럼 플랫폼 독점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어 경쟁을 제한하고 혁신 동력을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여러 경쟁 당국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거대 플랫폼의 독과점에 대응해 경쟁법 집행을 강화하는 것이 세계적인 흐름이다. 공정위도 플랫폼 분야에 대한 경쟁법을 강력하게 집행하고 있다”면서 “최근에도 핵심 플랫폼상에서의 노출 순위 결정 기준에 주목하고 있다. 주요 기업들에 대해 조사를 마무리하거나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디지털 광고에 활용되는 소비자 데이터는 시장에서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기준이 됐다”면서 “플랫폼 데이터 우위를 토대로 경쟁사의 시장 진입을 저지하거나 사업 활동을 방해하는 행위 감시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프레데릭 제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쟁위원장과 올리비에 게르센트 EU 경쟁총국장 등 주요 경쟁당국 고위급과 학계 전문가 등이 참석했다.

세종=조택영 기자 cty@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