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대출규제 반사효과… 저축은행 고신용자 비중 증가

박성민 기자
입력일 2021-11-03 10:41 수정일 2021-11-10 10:30 발행일 2021-11-04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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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사진=연합뉴스

은행권의 거듭된 대출규제로 저축은행의 고신용자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풍선효과’에 따른 ‘대출 특수’ 현상이 심화된 것이다. 시중은행에서 대출이 막히자, 저축은행으로 발길을 돌리는 고객이 증가하면서 저축은행권은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3일 자산규모 10대 저축은행(SBI·OK·페퍼·웰컴·한국투자·애큐온·유진·OSB·모아·케이비)의 가계신용대출 현황을 살펴보면 금리 10% 이하의 고신용자의 비중이 8곳(80%)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의 10월 말 기준 금리 10% 이하 대출자 비중은 전체 대출자의 4.24%로 은행 규제가 막 시작된 8월말 대비 1.9%포인트(p) 상승했다. 금리 10~12% 대출자는 10.35%로 0.89%p 올랐다. 저축은행마다 다르긴 하지만, 대체로 신용 1~2등급의 경우 금리 10% 이하로 책정된다.

이 외에도 OK·OSB·모아·애큐온·웰컴·유진·페퍼저축은행의 7곳이 금리 10% 이하 고신용자 비중이 상승했다. 금리 10~12% 대출자 비중도 6곳이 올랐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에 오는 신용 1등급은 이미 시중은행 등에서 대출 한도가 초과한 경우가 많았다. 대출규제가 강해지기 전에는 10%도 안됐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정 최고금리가 인하한 효과도 작용했다”고 말했다.

이렇듯 저축은행권으로 대출자들이 몰리면서 가계대출도 급증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8월 저축은행의 가계 대출은 5조8000억원 증가해 작년 같은 기간 증가분(3조원)의 2배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 2분기 저축은행 대출 증가율은 27.1%로 은행권 9%의 3배에 달한다.

이러한 대출증가는 저축은행들의 3분기 사상 최대실적을 기록하는데 기반이 됐다.

SBI저축은행이 3분기 누적 순이익 2931억원으로 작년 연간 실적을 뛰어넘었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은 3분기 누적 순이익 618억원으로 19.7% 증가했다. 이 역시 전년 연간 실적을 웃돌았다.

저축은행들이 큰 폭으로 대출을 늘리자, 금융당국은 9월말 SBI저축은행과 일부 대형 저축은행을 불러 대출 속도조절을 주문하기도 했다.

아울러 금융위원회는 최근 ‘가계대출 관리 강화방안’을 통해 소득기준 대출규제인 차주별 DSR 2단계와 3단계를 6개월~1년 앞당겨 조기 시행하기로 했다. 특히 2금융권의 경우 기존 DSR 60%에서 50%에서 낮아지면서 한층 강화된 규제가 시행된다.

DSR이란 보유한 모든 가계대출의 원리금 상환액 합계가 연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이다. DSR이 이 기준을 넘으면 대출을 받을 수 없다는 의미다. 규제 비율이 낮아지면 받을 수 있는 대출 한도도 줄어든다. 내년 1월부터 총대출액이 2억원을 넘는 차주는 은행에선 40%, 2금융권에선 50%의 DSR 규제를 받는다. 7월부터는 총대출액 기준이 1억원으로 변경된다.

박성민 기자 smpark@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