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라떼] 국민의힘, 이준석식 ‘공직자 자격시험’ …민주 “보완·논의 더 필요” 국힘 “참고사항 정도로 받아들여”

조택영 기자
입력일 2021-10-30 09:46 수정일 2021-10-30 09:46 발행일 2021-10-30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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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목희 “자격심사위 기능 더 보강하는 것이 나을 듯…자격시험, 적절한 방법 아냐”
김형주 “자격시험 전적으로 의존하면 부정적 영향 가져올 것”
김재경 “선례는 없지만 한 번 해봄직…객관성·실효성 등 중요”
홍일표 “상식·자질 갖췄는지 보는 정도로만…강화는 적절치 않아”
발언하는 이준석 대표<YONHAP NO-3455>
<p><span style="font-weight: normal;">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연합)

“나 때는 말이야” 사람들이 현재를 지난날과 비교하며 지적할 때 자주 붙이는 말이다. 이를 온라인상에서는 ‘나 때’와 발음이 유사한 ‘라떼’라고 부른다. 브릿지경제신문은 매주 현 21대 국회 최대 현안에 관해 지금은 국회 밖에 있는 전직 의원들의 훈수, 라떼를 묻는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목희·김형주 전 의원, 제1야당 국민의힘에선 김재경·홍일표 전 의원이 나섰다.

국민의힘이 내년 6월 지방선거에 맞춰 공직 후보자 역량 강화를 위한 자격시험을 정당 사상 최초로 도입하기로 했다.

최근 국민의힘은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선거 출마자들을 대상으로 정당법·지방자치법·정치자금법·당헌·당규 등을 묻는 공직후보자 자격시험 도입안을 추인했다.

여기에 경제·외교·국방 등 시사 현안을 묻는 문제도 낸다고 한다. 평가의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시험 문제는 객관식으로 나올 전망이다.

자격시험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 6월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 때 내걸었던 핵심 공약 중 하나다. 당초 이 대표는 불합격하면 공천을 주지 않는 합격제를 구상했으나, 당내 반발을 고려해 가점제로 가닥을 잡았다고 한다.

전직 의원들은 자격시험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더불어민주당 이목희 전 의원은 “아주 세부적인 내용은 모르지만 언론 보도에 나타난 이준석 대표의 생각을 보면, 그렇게 적절한 방법은 아닌 것 같다. 내용이 조금 다를 뿐이지, 이미 정당에는 예비후보 자격심사위원회라는 게 있어서 후보의 도덕적·법적 결함이 있는지 등을 살펴본다. 현재 자격심사위원회 기능을 보강하고, 좀 더 심도 있게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공직자가 갖춰야 할 핵심 조건에는 국민에 대한 충성심 등이 있는데 자격시험을 통해 이런 것이 파악되는 게 아니지 않은가. 그래서 별로 적절한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각자의 이유로 반대하겠지만,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자격시험에 대한 광범위한 동의를 얻기 힘들 것이다. 또 선진국을 포함해서 그런 사례가 없지 않나. 이 때문에 적절한 방법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같은 당의 김형주 전 의원은 “일정 정도의 역량을 점검해 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왜 이름을 자격시험이라 하는지는 모르겠다. 정치 일반, 행정에 대한 거라든지 어느 정도의 역량을 점검해 보는 그런 것인데, 얼마만큼 이걸 반영하느냐의 문제일 거라고 본다. 자격시험을 전적으로 의존한다는 것은 정당의 다양성을 더 줄일 수도 있는 것”이라며 “또 너무 좋은 학벌만 따져, 공부 잘하는 사람이면 무조건 되는 그런 형태로 가는 것은 당을 위해서도 좋지 않을 것이다. 엘리트지상주의로 가게 되는 형태다. 어떤 분야에 대한 경험과 학력·지능보다는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 등이 더 중요할 수도 있지 않은가. 그런 면에서는 아직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좀 더 보완과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김재경 전 의원은 “선례는 없는 거지만 한 번 해봄 직하다. 문제는 그 자격시험 자체의 객관성 내지는 실효성 등이 중요할 것”이라며 “자칫 잘못되면 희화화될 수도 있다. 제일 중요한 건 후보의 도덕성, 인품, 친화력 등인데 이걸 어떻게 자격시험에 담아낼 건지 지켜봐야 한다. 당내에서 한 번 해보고 그걸 참고사항 정도로 받아들여야 연착륙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또 자격시험을 한다 하더라도 세계 유례없는 일이라 안착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같은 당의 홍일표 전 의원은 “처음에는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특히 이 대표 같은 경우는 하버드까지 나와서 학벌이 엘리트인데 그런 시각이 반영된 거 아니냐 그렇게 생각했다. 어쨌든 지금은 (당에서) 하기로 했다는 거고, 기본적인 상식이나 자질 정도를 보는 것은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그게 하나의 자격시험처럼 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면서 “정치 세계라는 것은 꼭 공부 잘하고 이런 것들만 기준이 될 수 없다. 또 너무 엘리트 쪽에 치우친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건전한 상식이나 최소한의 자질을 갖췄느냐를 보는 정도로 하는 것은 해볼 수 있다고 본다. 근데 이걸 너무 강화시키는 등의 행동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당 공식 유튜브를 통해 강의 영상을 올릴 방침이다. 이 대표가 첫 번째 강사로 나서고, 소속 의원들도 강연자로 나설 예정이다.

조택영 기자 cty@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