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대화 중 감행된 北도발…한반도 평화프로세스 ‘험로’

김재수 기자
입력일 2021-10-19 17:31 수정일 2021-10-19 17:36 발행일 2021-10-19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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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신형 반항공미사일 시험발사<YONHAP NO-1519>
북한이 지난달 30일 신형 반항공미사일을 시험발사했다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은 1일 “국방과학원은 9월 30일 새로 개발한 반항공 미사일의 종합적 전투 성능과 함께 발사대, 탐지기, 전투종합지휘차의 운용 실용성을 확증하는 데 목적을 두고 시험발사를 진행했다”고 보도했다.(연합)

북한이 19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을 발사로 인해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더욱 험로로 접어드는 형국이아니냐는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북한 미사일 발사는 최근 한미일 3국 안보수장 회동, 중국·러시아와의 협의가 이어지는 등 평화구상 진전을 위한 주변국과의 소통이 활발해지려는 상황에서 찬물을 끼얹었다는 점이 청와대로서는 뼈아픈 대목이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지난달 유엔총회에서 꺼내든 종전선언 제안을 돌파구 삼아 임기 막바지 대북대화의 물꼬를 트려했던 문 대통령의 구상에도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합참은 이날 오후 “19일 10시 17분경 북한이 함경남도 신포 동쪽 해상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SLBM으로 추정되는 미상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1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이번 발사체도 SLBM으로 최종 판명될 경우 안보리 결의 위반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사안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욱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는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모든 발사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문제는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시점이다.

대북대화 재개를 위해 한국을 포함한 주변국이 머리를 맞대고 있는 상황에서 ‘보란 듯’ 미사일을 쏘아올렸기 때문이다.

실제로 회의에 불참한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은 이날 애브릴 헤인스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 다키자와 히로아키 일본 내각 정보관과 서울 모처에서 비공개 회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NSC 상임위원회 회의 후 보도자료를 통해 “미·중·일·러와 활발한 협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이번 발사가) 이뤄진 데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북한은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종전선언을 제안한 뒤에도 단거리 미사일 발사로 긴장의 수위를 높인 바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 2017년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에 성공한 뒤로 미국 본토 전역이 사정권에 들어왔다는 평가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를 고려하면 이번 북한의 도발은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추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유엔총회에서 남북과 미국, 중국이 모두 공감대를 이뤘다며 종전선언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당시 북한과 미국 모두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놓으면서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종전선언 논의를 진전시킬 무대가 될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이 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하기에는 난관이 많다는 지적이 제기된 가운데 나온 이번 탄도미사일 발사는 대화의 동력을 약화할 공산이 크다.

더군다나 문 대통령의 임기가 채 7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 등을 고려하면 종전선언에 힘이 실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지만, 이와 무관하게 청와대는 여전히 북한과 대화의 문을 열어놓는 분위기다.

김재수 기자 kjs0328@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