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1주기 맞는 삼성···이재용 '결단의 시간' 왔다

우주성 기자
입력일 2021-10-19 16:44 수정일 2022-05-25 05:25 발행일 2021-10-20 3면
인쇄아이콘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 6일 만에 또 법정에<YONHAP NO-2281>
법정에 출석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연합뉴스)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1주기를 맞아 이재용 부회장의 ‘뉴삼성’도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사법리스크’에도 올해 3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등 수성(守城)에는 비교적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위기론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은 더 이상 잠행을 끝내고 현안 돌파를 위해 과감하게 경영행보에 나설 때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 1주기 추모식이 오는 25일 경기도 수원 선영에서 열릴 전망이다. 이날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별세한 지 1년을 맞는 날이다. 코로나19 방역지침 상 추도식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유족들과 사장단 일부만 참석하는 가운데 비교적 차분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추모식 이후 이재용 부회장의 향후 행보와 메시지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당초 8월 가석방 이후 본격적인 ‘뉴삼성’ 출범 기대감이 컸지만, 사법리스크로 적극적인 경영 행보에는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현재 이 부회장은 현재 삼성물산 등 계열사 부당 합병 의혹과, 프로포폴 불법투약 혐의 등으로 재판을 진행 중이다. 여기에 가석방 신분으로 인한 취업제한 등으로 적극적인 경영행보에 나서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삼성의 당면 과제는 산적해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3분기에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인 73조원을 달성했지만, 당장 D램 가격 하락 등으로 인한 메모리 반도체 위기론이 터져 나오는 상황이다. 삼성이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꼽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도 대만 TSMC 등 경쟁사와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재계는 이 부회장이 향후 리더십을 발휘할 분야로 성장 동력 확보 활동과 기업의 사회적책임(CSR) 등을 꼽고 있다.

이 부회장이 가석방 이후 선보인 투자계획과 공식 행보 역시 이런 맥락과 맞닿아 있다는 평가다. 삼성은 지난 8월 총 240조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투자액 별 세부적인 집행처와 규모는 제시되지 않았지만, 업계는 상당액이 파운드리 등 미래 먹거리에 집중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발표된 투자액 중 향후 3년간 반도체 부문에만 약 200조원의 재원을 쏟아 붓는다. 생산설비 등에 110조원, 연구개발에 40조원, 인수합병(M&A) 등에 50조원이 소요될 전망이다. 특히 최신 메모리 반도체인 DDR5 투자에 34조원, 파운드리 신공장 가동 등에만 40조원 이상이 투자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시스템반도체 분야에는 2030년까지 130조원 이상을 투자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삼성 역시 파운드리 등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과감한 투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달 개최된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1’에 따라 삼성전자는 2024년까지 평택 제2캠퍼스(P2) 파운드리 라인의 증설을 마칠 예정이다. 미국 제2 파운드리 공장 증설에도 20조원 가량을 투자한다. 차량용 반도체 등에 전략 사업에 대한 M&A도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를 위해서는 이 부회장의 주도적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인텔과 TSMC 등 공룡급 기업들이 막대한 투자를 집행해 기술선도에 나서고 있는 만큼, 삼성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총수 주도로 투자 현안을 시급히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도 지난 17일(현지시간) 삼성전자의 도전과제를 집중 조명하면서 “파운드리 분야에서 삼성이 메모리 사업 수준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기 위해서 이 부 회장이 거침없는 면모를 발휘해야 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조만간 미국 출장 등을 통해 공식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한다. 방미기간중 제2파운드리 공장에 대한 부지 확정과 대형 인수합병(M&A) 등 투자 협력 방안 등에 대한 최종 결단을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기업의 사회적책임(CSR) 활동에도 적극 나설 전망이다. 이는 이 부회장이 이끄는 ‘뉴삼성’의 큰 골격을 이루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이병철 선대회장 추도식에서 ‘보국’을 강조했다. 더욱이 사법리스크가 완전 해소되지 않는 상황에서 사회적책임은 그룹의 인식이나 이미지 제고에도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김부겸 국무총리와의 회동 등을 통해 향후 7만명 수준의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과 같이하고 있있다.

우주성 기자 wjsbur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