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전 세계 신드롬, ‘오징어게임’ 이정재 “잘생김 내려놓으니, ‘오징어’가 됐네요”

조은별 기자
입력일 2021-10-04 18:30 수정일 2021-10-04 18:30 발행일 2021-10-05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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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 PEOPLE] ‘오징어게임’ 이정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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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왼쪽)과 이정재(사진제공=넷플릭스)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 신드롬에 세계가 열광했다. 지난 달 17일 공개된 ‘오징어게임’은 ‘발리우드’의 나라 인도시장마저 뚫으며 넷플릭스가 서비스 중인 83개국에서 1위를 차지했다.  

넷플릭스 창업자 테드 서랜도스는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의 비(非)영어권 작품 중 가장 큰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가 현재까지 선보인 모든 작품 중 가장 큰 작품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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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이정재(사진제공=넷플릭스)

456억원의 상금을 차지하기 위한 서바이벌 게임은 어떻게 세계인을 매료시켰을까. ‘오징어게임’의 설계자 황동혁 감독과 최후의 1인 성기훈 역의 이정재에게 그 비밀을 엿들었다. 

◇이정재 “잘생김 내려놓으니, ‘오징어’가 됐네요” 

배우 이정재가 연기생활 28년만에 강제 해외진출을 당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의 주인공 성기훈으로 분한 그는 시리즈의 인기에 힘입어 글로벌 ‘벼락스타’로 자리잡았다.

일찌감치 약관의 나이에 드라마 ‘모래시계’의 재희로 뭇여성들을 사로잡고 영화 ‘관상’의 수양대군으로 스크린을 호령하며 ‘신세계’의 이자성으로 수트핏을 뽐냈던 이정재지만 정작 세계인의 눈을 사로잡은 역할은 잘생김을 내려놓은 너절한 백수다. 글로벌 MZ세대는 ‘한국의 연기파 중년배우’라는 수식어로 이정재의 등장을 반기고 있다.   

“촬영하다 보면 확실히 오징어가 된 기분이에요. 하하, 영화 ‘신세계’ 때 함께 했던 조상경 의상실장님이 어떻게 하면 이정재를 쌍문동 반지하에 사는 사람처럼 보이게 하나 고민하셨죠. 저야 주는 대로 입겠다고 했는데 주변에서 이런저런 말들이 많네요. 특히 모자 쓴 신을 놓고 왜 저렇게 안 어울리게 썼냐는 타박 좀 받았죠.(웃음)”

이정재는 “나이를 먹으면서 악역이나 극의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센 역할밖에 들어오지 않아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했던 찰나 황동혁 감독으로부터 기훈이란 캐릭터를 제안받았다”면서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부터 작품설정이 좋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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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한장면 (사진제공=넷플릭스)

“어른들이 어린 시절 하던 게임으로 생존 게임을 한다는 설정 자체가 그로테스크해 공포감이 크게 느껴졌죠. 물론 456명의 참가자가 뛰어드는 세트의 스케일은 대본상에서 미처 알지 못했지만요.”  

중년인 이정재에게 게임 자체는 어렵지 않은 도전이었다. 정작 기훈으로 분하며 가장 어려웠던 건 생활연기였다. 그는 “초반에 설정을 잡으면 그대로 수월하게 밀고 가는 캐릭터가 있는 반면 생활 연기는 신경을 더 많이 써야한다”며 “자연스러워야 하고 우리 일상에 있었던 사람들처럼 보여야 하는 지점들이 있다. 기훈 역을 연기하면서 평상시 잘 쓰지 않는 표정, 호흡, 동작들이 많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또 “제가 고민해서 하나씩 조각해서 만든 캐릭터다 보니 이제까지 연기한 인물들과 기훈은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기훈이 쌍용차 해고자로 묘사된 설정은 한국적인 아픔을 담았다. 이정재는 “처음 감독님에게 그 설정을 듣고 마음이 무겁고 아팠다”고 털어놨다. “사실 기훈의 트라우마 장면을 촬영할 때 마음이 슬펐어요. 기훈의 대사 중 ‘우리 이러면 안되는 거잖아’란 말이 있어요. 우리 사회에는 정말 이러면 안 되는 일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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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이정재(사진제공=넷플릭스)

상금 456억원의 승자가 된 기훈은 머리를 붉은색으로 염색하고 다시 지옥 불구덩이 속에 뛰어드는 선택으로 시즌2를 암시한다. 물질만능이자 승자독식의 시대에서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이정재는 “실제 이정재라면 456억원은 기부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기훈의 선택에 대해서는 “마음에 든다”고 동조했다.

“붉은 색 염색은 기훈 나이대 남성이 절대 하지 않는 색이죠. 한계를 뛰어넘어 ‘잘못된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같아 마음에 들었어요. 시즌 2가 나온다면 이병헌 형과 작업하고 싶습니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