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더컬처] ‘엄친아’ 데미안 “‘슈퍼밴드’로 음악동지 찾았죠”

조은별 기자
입력일 2021-09-26 08:00 수정일 2021-09-26 14:22 발행일 2021-09-25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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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뮤직] 데미안 프로필 01
싱어송라이터 데미안 (사진제공-소니뮤직)

싱어송라이터 데미안(28·본명 손정혁)은 올해 케이팝 신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솔로가수다. 그가 지난해 발표한 데뷔 싱글 ‘카세트’는 세계 최대 음원플랫폼 스포티파이에서 누적조회수 1000만회를 돌파하며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대형기획사에 소속된 아이돌 가수들도 좀처럼 세우기 힘든 기록이다.

여세를 몰아 출연한 JTBC ‘슈퍼밴드 시즌2’(이하 ‘슈퍼밴드’)에서는 매 회 성장하는 모습으로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공연을 연 경험이 없던 데미안에게 ‘슈퍼밴드’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선 첫 무대였다. 그의 무대를 지켜 본 심사위원들이 “엄청 떨고 있다”고 지적할 정도였다.

“여러모로 부담스러운 자리였죠. 대선배님들이 앉아 계시고 카메라 앞에서 녹화를 하는데 기회는 단 한번 뿐이라는 생각에 몸이 저절로 떨렸어요. 그나마 심사위원들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아서 무사히 무대를 마칠 수 있었죠.”

당초 데미안의 목표는 본선 4차 진출이었다. 밴드 보컬 출신이 아니라는 핸디캡 때문에 스스로 결선까지 가는 것에 대한 의구심을 가졌다. 데미안은 “대신 본선에서 좋은 무대를 꾸리자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본선 3차에서 탈락했다. 그러나 데미안은 성적보다 더 큰 것을 얻었다며 만족해 했다.

“처음부터 음악 동지들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에 ‘슈퍼밴드’에 지원했어요. 저는 전공도 음악이 아니고 데뷔한지 얼마 안 돼 다른 뮤지션들과 네트워크가 거의 없었거든요. 항상 아웃사이더 같은 느낌을 받았는데 ‘슈퍼밴드’를 통해 발로나 베이스의 문성혁 같은 친구들이 생겼어요. 요즘은 이 친구들과 매주 모여 함께 음악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동지를 얻었지만 이른 탈락에 대한 아쉬움은 여전했다. 데미안은 “리허설은 잘 해낸 것 같지만 정작 잘했다고 생각한 무대는 하나도 없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특히 3차 무대는 리허설과 간극이 가장 컸어요. 예선 포함해서 가장 많이 떨었던 날이기도 해요. 앞의 두 무대와 다르게 즐거움 이상을 전달해야 한다는 생각에 자신감이 없었어요. 이번 무대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고 예감하니 2절부터는 마음이 홀가분해졌죠.”

[소니뮤직] 데미안 프로필 02
싱어송라이터 데미안 (사진제공-소니뮤직)

‘슈퍼밴드’ 출연 전부터 데미안에게 따라붙은 꼬리표는 ‘엄친아’다. 음악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건 훤칠한 키와 훈훈한 외모,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출신이라는 스펙이다. 대체 그는 왜 음악인의 길을 택했을까.

“가수 중에서도 무대를 잘하는 사람이 있고 음악을 잘 만드는 사람이 있듯 공부도 비슷하다고 느꼈어요. 저는 노력파였는데 공부를 위해 타고난 친구들이 있었거든요. 대학 시절, 과연 내가 평범한 직장을 다니며 조직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사회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지 고민하다 택한 게 음악이었어요. 항상 제 미래를 위해 살았는데 지금 해보고 싶은 걸 충분히 해보자 결심했죠.”

초등학생 시절, 친구와 함께 성악 레슨을 받고 캐나다 유학 시절 다양한 음악을 접한 게 큰 도움이 됐다. 대체 복무 기간, 퇴근 뒤 곡을 쓰는데 재미를 붙였다. 데미안은 “살면서 재능이 있다고 느낀 게 작곡할 때가 처음이었다”고 털어놓았다.

데미안은 요즘 새로운 앨범을 준비 중이다. 새 앨범은 데미안이라는 가수의 정체성을 강화하는데 주력할 예정이다. 리얼악기를 최대한 반영하고 국내에 흔치않은 정통팝으로 방향성을 정했다.

“가수로서 제 주력장르는 팝입니다. 팝이 주는 느낌을 대중들이 즐겁게 듣고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저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요즘은 그간 스케치한 곡들을 추리고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가수가 되지 않았다면 로스쿨에 진학하거나 4차산업 스타트업 기업에서 일하고 있었을지 모른다는 이 청년은 “일단 시작을 했으면 끝을 봐야 한다”며 “음악을 만드는 과정이 즐겁지만 스스로 만족할 수 없기에 계속 열심히 음악에 몰두하게 된다‘고 말했다.

“팝스타라는 수식어를 듣고 싶어요. 그리고 제가 만족할 수 있는 앨범을 만드는 게 꿈이에요.제 비전을 이뤄줄 좋은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선 제 작업물이 설득력이 있어야 하겠죠. 그때까지 부단히 노력할 것입니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