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라떼] ‘대선 출마’ 저울질하는 안철수…민주 “대선판 바꾸기 역부족” 국힘 “독자적 힘으로 목표 달성 불가”

조택영 기자
입력일 2021-09-25 09:28 수정일 2021-09-25 11:38 발행일 2021-09-25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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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목희 “국민에게 주는 ‘좋고 강렬한 이미지’ 없어”
김형주 “이미 대선판 정해져…대선 공간 어떻게 활용할지 살펴볼 듯”
김재경 “안 대표, 어려운 상황 처해…참신성·명분 퇴색”
홍일표 “정권교체 힘 안 보태면 책임론·비난 엄청날 것”
발언하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YONHAP NO-2520>
<p><span style="font-weight: normal;">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연합)

“나 때는 말이야” 사람들이 현재를 지난날과 비교하며 지적할 때 자주 붙이는 말이다. 이를 온라인상에서는 ‘나 때’와 발음이 유사한 ‘라떼’라고 부른다. 브릿지경제신문은 매주 현 21대 국회 최대 현안에 관해 지금은 국회 밖에 있는 전직 의원들의 훈수, 라떼를 묻는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목희·김형주 전 의원, 제1야당 국민의힘에선 김재경·홍일표 전 의원이 나섰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사실상 대선 출마를 결심하고, 출마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안 대표는 지난 23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연휴 동안 의료봉사를 하며 국민의 말씀을 경청하는 시간을 보냈다”면서 “(여야 모두) 뽑을 사람이 없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는 인간으로서 온전한 리더가 이끄는 도덕적 정부여야 한다”며 “될 만한 사람이 아닌, 됐으면 좋겠다는 사람을 지지할 때 미래가 있다”고 밝혔다. 여야 대선 후보들을 비판하면서, 결국 자신이 나설 수밖에 없다고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구체적인 출마 시기나 출마 선언 계획은 미정인 가운데, 안 대표는 출마 여부를 당의 결정에 맡기겠다고 했다. 특히 대선기획단이 꾸려진 후에 결정할 수 있다며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 말을 아꼈다.

그는 지난 24일 오후 대구를 방문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저희가 대선 기획단을 만들기로 했다”며 “당 대표이지만 당원이기 때문에 대선기획단에서 결정하는 대로 따르려 한다”고 전했다.

안 대표는 평소 10%의 고정 지지율을 유지했으나, 최근 국민의힘과의 합당 협상이 결렬된 뒤 한 자릿수 지지율로 떨어지며 존재감이 없어졌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는 이에 대해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저를 제외한 모든 분은 대선 출마 선언을 하고 경선을 뛰고 있다”며 “저는 어떤 의사를 밝히지 않았는데도 포함이 돼 있는 것 자체가 감사하다”고 밝혔다.

안 대표와 제3지대 후보로 대선 출마를 선언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의 연대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물론 안 대표는 지난 24일 “앞서가는 이야기”라며 즉답을 피했지만, 최근 “생각의 방향과 뜻이 같은 분이면 어떤 분들이든 함께 만나 얘기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연대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안 대표가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다고 해도 대선 주자로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안 대표가 결국 국민의힘 최종 대선 후보와 단일화를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전직 의원들은 안 대표의 대선 출마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더불어민주당 이목희 전 의원은 “(안 대표는) 일단 대선 출마 후 자신을 알리고, 몸집을 불리려 할 것이다. 마지막 행보가 단일화일지 아닐지는 아직 예단하기 쉽지 않다”면서 “안 대표와 김 전 부총리는 성장해 온 환경이 너무 다르다. 바둑판을 놓고 보면 연대라는 게 가능한 얘기이긴 하지만 두 사람이 연대를 한다고 해서 큰 시너지 효과가 나거나, 대선 지형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를 잘 아는 정치학자나 정치부 기자를 오래 한 사람들한테 국민들이 어떤 기준으로 대선 후보를 선택하느냐 물어보면 ‘자질·역량·도덕성’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국민들은 이런 식으로 분석하지 않는다. 대선 후보가 얼마나 많은 국민에게 좋고 강렬한 이미지를 주고 있는가, 아닌가가 핵심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안 대표는 다수 국민에게 주는 좋고 강렬한 이미지가 없다. 물론 컴퓨터 백신 프로그램 개발이라는 것으로 안 대표를 소수가 기억할 수 있다. 그러나 2011년부터 지금까지 안 대표의 행보를 보면 왔다 갔다를 지속했지 않은가. 이런 이미지로는 국민의 지지를 얻기 힘들다”면서 “안 대표가 의미 있는 득표를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본다. 단일화는 안 대표가 단일화를 응했을 때 본인의 정치적 미래를, 후일을 도모할 수 있다고 생각되면 할 것 같다. 그렇지 않다면 완주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같은 당의 김형주 전 의원은 “당 후보가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이미 이번 판이 거의 다 정해졌다고 본다. 안 대표가 물론 대선 출마 선언은 할 수 있겠으나 독자노선을 취하든지, 김 전 부총리와 연대를 한다든지, 마지막에는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를 한다든지 등 어떤 전략을 짜더라도 전체 대선 흐름의 구도나 판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안 대표가 지금 대선 후보가 되겠다고 하는 것은 국민의당으로서의 자존심이다. ‘이번 대선에 나가서 이겨야지’라는 것 보다는 이번 판은 어렵다고 보고 대선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지를 살펴볼 것이다. 자기 당을 합당시키거나, 몸집을 키우거나, 지방선거나 총선에서 어떻게 이로운 구도로 만들어 갈 것인가 등을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김재경 전 의원은 “안 대표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예전에 비해서 참신성이나, 내세우는 명분 등이 퇴색됐다. 물론 명성 자체가 퇴색된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누적된 부정적인 이미지와 부담감을 어떻게 극복할지 주목된다”면서 “분명한 것은 독자적인 힘으로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 때문에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놓고 적극성을 보일 것”이라고 했다.

같은 당의 홍일표 전 의원은 “안 대표의 파괴력이 과거보다 많이 줄어든 것 같다. 여러 번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뚜렷하고 산뜻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주로 실패를 보여 부정적인 이미지가 쌓이다 보니까 과거보다 파괴력이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야권에서는 정권교체를 위해 단일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만약 후보 단일화를 못했거나 안해서 정권교체가 안될 경우, 그로 인한 책임론이나 비난이 엄청날 것이다. 안 대표가 앞으로 정치를 계속하기 어려울 정도로 후폭풍이 거셀 것이다. 이 때문에 결국은 단일화를 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 대표가 김 전 부총리와 연대할 수도 있을 거라 본다. 김 전 부총리는 여당 쪽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안 대표가 김 전 부총리와 손을 잡아서 야권으로 단일화를 시킨다면 상당한 공로가 있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이 될 것”이라며 “또 안 대표와 김 전 부총리가 정권교체에 힘을 보탠다 했을 때는 나중에 지분을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택영 기자 cty@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