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그라운드] ‘오징어게임’ 황동혁 감독 “멋있는 이정재, 망가뜨리고 싶었다”

조은별 기자
입력일 2021-09-15 18:34 수정일 2021-09-16 00:14 발행일 2021-09-15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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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게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 출연진. 왼쪽부터 허성태, 박해수, 이정재, 정호연, 위하준 (사진제공=넷플릭스)

456억원의 상금을 건 생존 서바이벌이 시작된다. 17일 오후 5시 글로벌 OTT채널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는 ‘오징어 게임’은 벼랑 끝에 몰린 사람들이 상금 456억 원을 얻기 위해 의문의 서바이벌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다뤘다. 제목인 ‘오징어 게임’은 어린 시절 골목이나 운동장에서 하던 게임 중 가장 격렬한 놀이다. 게임에서 패배하거나 중도 탈락자는 목숨을 잃는다.

배우 이정재가 일도, 결혼도 실패해 벼랑 끝으로 몰린 주인공 기훈을 연기하며 박해수, 위하준, 정호연, 허성태 등이 출연한다. 영화 ‘도가니’, ‘남한산성’ 황동혁 감독이 대본 집필과 연출을 맡았다.

15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황감독은 “2008년 서바이벌 게임을 다룬 만화책을 읽다 이걸 한국식으로 해보면 어떨까 싶었다”고 대본을 집필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2009년 대본이 완성됐지만 투자도, 캐스팅도 어려웠다. 그 사이 10년이란 세월이 흘렀고 유튜브에서는 이와 유사한 ‘머니게임’같은 예능 프로그램까지 나왔다.

황감독은 “대본을 쓰고 10년이 지나니까 게임에 어울리는 세상이 돼 있었다”며 “이전에 쓴 대본을 다시 확장해 손봤다”고 말했다.

주인공 기훈 역에 캐스팅된 이정재에 대해 “항상 멋있게 나오시는데, 한 번 망가뜨려 보고 싶은 못된 마음이 들었다”며 “멋진 연기를 할 때도 인간미가 있어 이를 본격적으로 드러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제목인 ‘오징어 게임’에 대해서는 “현대 경쟁사회를 가장 상징적으로 은유하는 게임”이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기훈 역의 이정재는 ‘연기변신’이라는 평가에 대해 “변신이라고 말할 것까지는 아니다”라면서도 “작품을 미리 봤는데 한동안 너무 웃었다. 내가 저렇게 연기를 했나 싶었다”는 소감을 전했다.

그는 만약 456억원이 걸린 게임에 실제로 참가할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 “엄마가 안된다고 하실 것 같다”면서도 “만약 456억원을 받는다면 기부하겠다”고 통크게 답했다.

기훈과 같은 동네에서 자란 동네 후배이자 승승장구하던 삶에서 미끄러진 상우로 분한 박해수는 “상우의 속마음을 읽기가 힘들어서 작품 끝까지 고민을 많이 한 캐릭터”라며 “심리적으로 변화하는 그의 모습을 눈여겨보고 그의 선택이 과연 그만의 선택인지, 우리라면 어떤 선택을 할지 고민하며 관람하면 더 재밌을 것”이라고 관전포인트를 전했다.

‘오징어게임’은 456명이 참가하는 게임 세트를 실제 구현하기도 했다. 황감독은 “컴퓨터그래픽을 최대한 배제하고 아기자기한 소도구 등을 활용해 아이들이 뛰어노는 공간처럼 디자인했다. 음악 역시 1970~1980년대 듣던 음악들을 많이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들은 왜 경쟁해야 하는지, 우리는 왜 매일 이렇게 치열하게 경쟁을 하며 살아가는가. 과연 이 경쟁은 어디서부터 시작됐고 어디로 가야 하는가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