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동 대기자의 자영업 이야기] 외환위기와 코로나위기

강창동 기자
입력일 2021-09-15 07:00 수정일 2021-09-15 07:00 발행일 2021-09-1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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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동 유통전문 대기자·경제학 박사

최근 한 언론 보도가 자영업자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서울 마포에서 맥주집, 식당, 일식주점 등 가게 4곳을 운영하던 57세의 자영업자가 점포경영난과 생활고에 비관, 자택에서 홀연히 숨진 채 발견됐다. 보도에 따르면 고인은 1999년 서울 마포에서 맥주집을 시작했다. 20여년간 사업은 번성했다. 사업장이 네 곳으로 늘어난 것만 봐도 익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이렇듯 장사가 잘 됐지만 코로나19 사태가 2년째 이어지면서 벼랑 끝에 몰린 듯하다. 고인은 생을 마감하기전 남은 직원에게 월급을 주기위해 원룸 보증금을 뺀 것으로 보도됐다. 앞으로도 이런 비극은 끝나지 않을 것 같다.

IMF외환위기가 진행형이던 1998년에도 가슴아픈 사연이 쏟아졌다. 국가경제가 거덜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파산이 꼬리를 물고, 근로자들은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됐다. 시중은행 명퇴자들이 고별사를 하면서 은행 강당이 눈물바다가 된 적도 있었다. 당시 경제위기 피해자의 대부분은 임금근로자란 특징이 있다. 이들은 대거 비임금근로자로 전환했다. 2010년대 들어 비임금근로자가 700만명을 돌파하면서 전체 취업자의 29.0%까지 치솟았다. 결국 자영업시장이 비대해진 원인(遠因)은 외환위기였던 셈이다.

코로나19가 몰고온 경제사회적 위기는 전 세계적인 바이러스 창궐이 초래한 사태로 IMF위환위기와는 성격이 판이하다. 이번 사태는 비임금근로자를 초토화 한다는 점에서도 과거와 다른 양상이다. 여행·관광·항공 업계 근로자들도 직격탄을 맞았지만 가장 큰 피해자는 비임금근로자, 즉 자영업자다. 이번 사태로 자영업시장은 어떤 형태로든 변화가 불가피하다. 취업자 대비 24.5%로 10년간 지속적으로 줄어든 비중은 빠른 속도로 더 줄어들 전망이다. 2020년 8월 현재 총 663만여명의 비임금근로자 중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136만여명에 불과, 자영업시장이 더 이상 저임금 고용창출의 보루가 되기를 기대하긴 힘든 상황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일단락될 내년 이후 자영업시장에서 가장 눈여겨볼 대목은 60세 이상 고령층이다. 이들은 전체 자영업자의 34.4%를 차지하는 취약계층이다. 이들 대부분은 고용원 하나없는 ‘나홀로사장’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경쟁력을 갖추기 힘들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금융기관 3개 이상에서 빚을 낸 다중채무자중 60대 이상이 4만명에 가깝다. 지난 6월말 현재 24만여명의 다중채무자 6명중 1명꼴이다. 자영업시장의 포화상태 해소와 체질강화는 물론이고 60대이상 나홀로사장들이 서비스업에서 농어업으로 방향전환할 길을 닦아주는 ‘슬기로운 출구전략’이 마련되길 기대한다.

강창동 유통전문 대기자·경제학 박사 cdkang1988@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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