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최예빈 "엄마 역 천서진은 배울 점 많은 선배, 친엄마와는 스포 방지 전쟁"

조은별 기자
입력일 2021-09-13 18:30 수정일 2021-09-13 20:12 발행일 2021-09-14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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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 People] 드라마 '펜트하우스' 모녀열전 ③최예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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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장 1년여에 걸쳐 폭주기관차처럼 3개의 시즌을 달렸던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가 드디어 멈췄다. 욕망의 상징인 ‘헤라팰리스’는 붕괴됐고 악인들은 파멸했다. 어른들의 비뚤어진 사랑을 받고 자란 2세들은 각자의 삶을 살며 자립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펜트하우스’ 주연배우들은 연기하는 내내 이 욕망의 세계를 어떻게 바라봤을까. 천서진과 하은별 모녀, 오윤희와 배로나 모녀를 통해 ‘펜트하우스’의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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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최예빈 (사진제공=제이와이드 컴퍼니)

“시즌3까지 연기하면서 은별이의 외로움을 봤어요. 학교에서도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넓은 집에 홀로 있으면서 외롭고 공허했을 마음이 짐작이 가더라고요.” 

‘펜트하우스’에서 희대의 악녀 천서진(김소연)의 딸 하은별 역을 연기한 최예빈은 “은별이는 외로운 친구”라고 정의했다. 
오로지 딸을 위한다는 명목 하에 은별에게 광기에 가까운 집착을 보이며 다양한 악행을 일삼는 천서진의 압박을 견디다 못한 은별은 끝내 엄마에게 치매약을 먹인다. 그리고 마지막 회에는 법정에서 엄마의 악행을 증언하고 감옥에 보낸다. 
“은별이는 가정이 깨지는 걸 두려워하던 친구예요. 하지만 아빠는 떠나고 엄마는 집착하죠. 엄마의 잘못된 행동을 너무 많이 목격하면서 은별이의 죄책감과 두려움이 계속 쌓여만 갔죠. 그래도 가족이니 엄마를 지키고 싶었겠지만 한계에 달했던 것 같아요.”
천서진 역의 김소연은 같은 소속사 선배기도 하다. 그는 “마지막회 촬영 때는 김소연 선배님 얼굴만 봐도 눈물이 났다”며 “엄마처럼 기대고 싶은 선배”라고 존경심을 드러냈다. 
“소연 선배님께서 ‘내가 얘기하는 게 정답이 아니니 예빈이 하고 싶은대로 편하게 해’라고 말씀해주셨어요. 제 나름대로 이것저것 시도해보면 선배님이 다 받아주고 저는 또 그 에너지를 받아 재미있게 촬영했죠. 연기뿐 아니라 스태프 한명 한명 이름을 부르는 모습도 인상적이었어요. 배울 점이 너무 많은 선배님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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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최예빈 (사진제공=제이와이드 컴퍼니)
극중 하은별과 천서진 모녀 관계가 애증에 가까웠다면 실제 친엄마와는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잠시 ‘거리두기’를 했다. 최예빈은 “엄마가 자꾸 스토리를 궁금해 해서 비밀에 부쳤다”고 말했다. 
“친엄마와는 친구 같은 사이에요. 처음에는 연기 모니터링을  위해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장면을 보여드렸는데 갈수록 뒷이야기를 궁금해 하셨어요. 어쩔 수 없이 비밀에 부쳤죠. 엄마가 처음엔 서운해 하다가 나중에는 ‘엄마도 모르게 주변에 말할 것 같으니 그냥 알려주지 마’라고 하셨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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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최예빈 (사진제공=제이와이드 컴퍼니)

노력파인 최예빈은 예고 학생인 하은별 역을 위해 성악 기초 발성을 배우기도 했다. 

그는 “전문가처럼은 못해도 기초 발성을 배웠다”며 “은별이가 음이탈하는 장면까지 미리 연습하고 선생님이 가녹음해 현장에서 불렀다. 이태리어, 독어 가사 발음을 적으면서 연습하다 보니 많이 나오는 단어는 자연스럽게 습득됐다”고 했다.

학창시절 파일럿을 꿈꿨던 최예빈은 중학교 3학년 때 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에서 장희빈이 사약 마시는 장면에 빠져 연기자로 진로를 선회했다. 
청소년극단까지 찾아가며 연기를 배우겠다는 최예빈의 열정에 반대하던 부모도 두 손 두 발 다 들고 그를 지지하기에 이르렀다. 
최예빈은 “‘펜트하우스’의 주동민PD님이 연출하신 파일럿 드라마 ‘부탁해요 캡틴’도 열심히 봤다. 그때 주인공 얼굴에 내 얼굴을 합성해 붙여놓기도 했다”며 “PD님께 말씀드리니 부끄러워하셨다” 웃었다.
1년 6개월이라는 긴 시간 촬영한 만큼 최예빈에게 ‘펜트하우스’는 고향같은 작품으로 기억될 전망이다. 최예빈은 “은별이는 마음 속 한 구석에 소중한 소꿉친구로 남겨둬야 할 것 같다”며 긴 시간 함께 한 은별 역에 이별을 고했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