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유진 “오윤희는 김순옥 작가의 분신… ‘요정’ 이미지 실추 섭섭지 않아요”

조은별 기자
입력일 2021-09-13 18:15 수정일 2021-09-13 20:09 발행일 2021-09-14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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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장 1년여에 걸쳐 폭주기관차처럼 3개의 시즌을 달렸던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가 드디어 멈췄다. 욕망의 상징인 ‘헤라팰리스’는 붕괴됐고 악인들은 파멸했다. 어른들의 비뚤어진 사랑을 받고 자란 2세들은 각자의 삶을 살며 자립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펜트하우스’ 주연배우들은 연기하는 내내 이 욕망의 세계를 어떻게 바라봤을까. 천서진과 하은별 모녀, 오윤희와 배로나 모녀를 통해 ‘펜트하우스’의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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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유진 (사진제공=인컴퍼니)
“저도 엄마다 보니 남의 자식 죽이는 연기가 가장 힘들었어요. 어린 아이를 죽이는 장면이 실제로 납득되지 않아서 작가님과 굉장히 많은 대화를 나눴죠.” 
유진이 연기한 오윤희는 ‘펜트하우스’의 흙수저다. 학창시절, 출중한 성악 실력으로 주목받지만 라이벌인 천서진(김소연)에게 성악가에게 가장 중요한 목을 가격당하고 경연 트로피를 빼앗기며 삶이 꼬이기 시작한다. 
아이 아빠인 하윤철(윤종훈)도 떠나고 오로지 딸을 위해 살아가는 오윤희는 그토록 사랑하는 자식을 위해 남의 자식을 죽이는 비극을 저지른다. 실제로 두 자녀의 엄마이기도 한 유진은 민설아(조수민)를 살해하는 장면이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오윤희를 100% 이해하기 힘들었어요. 감정기복도 심하고 극한의 감정을 지닌 인물이잖아요. 처음에 역할을 고사할 정도였으니까요. 민설아 살해 장면도 작가님과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이해의 폭을 넓혔죠.”
김순옥 작가는 유진에게 작가 자신과 가장 닮은 캐릭터가 오윤희라고 설명했다. 실제 김순옥 작가도 자녀 교육에 열과 성을 다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렇기에 작가는 천서진과 오윤희 등 등장인물들에게 극단적인 모성애라는 설정을 부여해 연기하게 했다. 
민설아 살해 연기는 힘들었지만 이후 자신의 딸 배로나(김현수) 사망 장면에서는 몰입할 수  있었다고. 유진은 “자식의 사망은 경험하고 싶지 않은 사건이지만 그래도 비교적 연기하기 수월했다”며 “이런 연기를 통해 도전의식과 성취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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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유진 (사진제공=인컴퍼니)
그가 연기한 오윤희는 다른 등장인물과 달리 시즌3 초반에 숨을 거둔다. ‘펜트하우스’는 앞선 두 시즌에서 죽은 사람을 종종 부활시켰기에 일부 시청자들은 오윤희의 죽음을 믿지 않기도 했다. 유진은 “오윤희가 죽은 뒤 다시 살아난다는 귀띔을 받지 못했기에 완전히 사망한 걸로 받아들였다”고 했다. 
1997년 걸그룹 S.E.S로 데뷔한 유진은 1세대 아이돌 스타다. 가수로 활동했을 때는 올리비아 핫세 닮은꼴로 큰 인기를 끌며 ‘원조 요정’으로 군림했다. 선악을 오가며 욕망에 충실했던 ‘펜트하우스’의 오윤희 캐릭터는 그의 오랜 팬들에게는 다소 충격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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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유진 (사진제공=인컴퍼니)
유진은 “요정은 너무 오래 전 이미지”리며 “스스로 요정이라 생각한 적이 없다 보니 이미지를 잃을까봐 걱정되거나 섭섭지 않았다. 오윤희 역할을 계기로 더욱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유진은 연기돌(연기하는 아이돌)의 포문을 연 첫 번째 배우기도 하다. 2001년 SBS ‘오픈드라마 남과 여’로 활동해 어느덧 배우 생활 20년차를 맞았다. 그는 “어릴 때부터 배우를 꿈꿨고 이제는 내 직업이 됐다”며 “요즘 아이돌 후배들은 다들 능력이 출중하다. 다만 주어진 기회를 잘 활용하기 바란다”고 조언했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