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라떼] ‘언론중재법 갈등’ 점입가경…민주 “불가피한 선택”, 국힘 “민주주의 역행”

조택영 기자
입력일 2021-08-14 07:04 수정일 2021-08-14 08:58 발행일 2021-08-14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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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목희 “확실치 않은 정보 보도, 심각한 피해 입는 사람들 생겨”
김형주 “피해자 보호 필요…오해되는 내용은 순화시켜야”
김재경 “정부, 언론과 각 세우면 상당한 부담…징벌적 손배 과도”
홍일표 “민주, 대선 앞두고 불리한 보도 막으려는 속셈”
문체위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관련법' 심의<YONHAP NO-2036>
도종환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이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문체위는 이날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심의했다. (연합)

“나 때는 말이야” 사람들이 현재를 지난날과 비교하며 지적할 때 자주 붙이는 말이다. 이를 온라인상에서는 ‘나 때’와 발음이 유사한 ‘라떼’라고 부른다. 브릿지경제는 매주 현 21대 국회 최대 현안에 관해 지금은 국회 밖에 있는 전직 의원들의 훈수, 라떼를 묻는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목희·김형주 전 의원, 제1야당 국민의힘에선 김재경·홍일표 전 의원이 나섰다.

언론중재법(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둘러싼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 강행 의지를 보이자, 야당은 물론이고 언론·시민사회단체, 학계까지 거세게 항의하고 나섰다.

지난달 27일 법안심사소위를 거쳐 지난 10일 전체회의에 상정된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언론사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소관 상임위인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언론중재법 개정안 심의를 오는 17일로 연기했다. 여야 간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일부 여론과 언론계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반대에도 개정안 처리 강행 의지를 보였던 민주당은 지난 12일 야당에 자체 개정안을 마련하라고 공을 넘기면서 잠시 여론 탐색전에 들어간 모양새다.

또 민주당은 이날 열린민주당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고위공직자나 대기업 임원, 선출직 등 대통령령으로 정한 인물은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수정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자 언론계에서는 “강행처리 명분으로 삼으려는 꼼수”라며 민주당에 법안 강행 중단을 촉구했다. 정의당 등 범여권 진영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둘러싼 갈등이 격화하는 양상이다.

이에 국민의힘은 수정안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제외하는 등 독소조항을 모두 제거한다는 계획이다.

전직 의원들은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더불어민주당 이목희 전 의원은 “언론의 자유가 철저히 보장돼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이 없을 것이다. 민주주의자라면 누구나 다 동의하는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언론의 영역이라는 게 보도, 해설, 주장 등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으나 ‘보도’는 팩트에 근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론 신뢰도를 세계적으로 조사한 것을 보면 한국이 항상 꼴찌다. 물론 논설 등에서의 주장은 자기 소신대로 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확실치 않은 정보에 근거해서 보도를 하다 보니 심각한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생긴다. 기본적인 보도를 했다고 해서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리는 게 아니지 않은가. 고의성이 분명히 있어야 하는 것”이라며 “사실이 아닌 줄 알면서도 보도를 했을 때 그렇게(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 하는 거 아니겠는가. 언론의 자유가 존중돼야 한다는 점에서 그 요건을 명확하게 하고, 누가 보더라도 이렇게 저렇게 해석되지 않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다. 현재 한국 언론이 처한 현실을 바라볼 때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했다.

같은 당의 김형주 전 의원은 “큰 틀에서 볼 때는 사실 여야가 내부적으로 큰 이견이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들어갔을 때 징벌적 손해배상 등에 있어서는 좀 더 토론과 보완이 필요하다”면서 “언론 개혁 취지하에서 피해자 보호 등은 필요하지만 지나치게 언론·재벌에 대한 규제법처럼 한다든지, 또 권력이 언론에 재갈을 물리기 위해 법안을 두는 것처럼 오해되는 부분 등은 가급적이면 많이 순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김재경 전 의원은 “징벌적 손해배상 등은 조금 과도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면서 “언론의 자유라든지 이런 원론적인 것을 떠나, 국가 내 여러 시스템이 작동되는 모양을 볼 때 언론하고 각을 세워 이긴다는 것은 한국처럼 발전된 나라에서는 사실상 어렵다”고 전했다.

그는 또 “우리가 되짚어보면 노무현 정부 때 기자실을 폐쇄해 언론과 사이가 안 좋던 적이 있지 않은가. 결국 그것이 정부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것은 경험상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상당히 오랜 기간 여러 가지 상황이 고려되면서 정착해 온건 데 법 규정으로 시스템을 바꾼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당의 홍일표 전 의원은 “가짜 뉴스로 인한 피해를 구제하자는 취지인데, 현행법으로도 충분히 (피해자 구제가) 가능하다”면서 “(최대) 5배 징벌적 손해배상 때문에 잘못하면 사건 하나로 언론사가 문을 닫을 수도 있다. 보도에 있어 굉장히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당은 대선을 앞두고 자기들한테 불리한 보도를 함부로 못하도록 틀어막으려는 속셈이다.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법안이다. 야당은 숫자가 부족한 상황에서 이걸 어떻게 막을 수 있을지 참으로 답답하고 어려운 심정일 것이다. 여당이 통과시키면 방법이 없기 때문”이라며 “(야당이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문제점과 실체를 정확하게 알려서 최대한 막는 액션을 취해야 한다. 인권 변호사 출신의 대통령, 또 민주화운동을 했던 인물들이 정권의 핵심인데 이런 사람들이 오히려 민주주의에 역행하고, 제한하는 법률을 만드는데 앞장서고 있다. 이게 한국의 비극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조택영 기자 cty@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