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등 공동연구팀, 코로나19 폐 손상 일으키는 면역세포 특성 규명

조택영 기자
입력일 2021-08-04 15:26 수정일 2021-08-04 15:26 발행일 2021-08-04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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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연구 모식도
연구 모식도. [제공=카이스트]

코로나19로 인해 폐 손상이 일어나는 원인을 국내 연구진이 찾아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카이스트)는 의과학대학원 박수형 교수 연구팀이 충북대학교 의과대학 최영기 교수, 지놈인사이트 이정석 박사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 증식의 절정기, 회복기에 걸쳐 나타나는 면역반응의 양적·질적 변화를 규명해 폐 손상을 일으키는 특정 면역세포의 특성과 기원을 규명했다고 4일 밝혔다.

이는 코로나19 환자에서 과잉 면역반응에 의해 발생하는 폐 손상을 조절할 수 있는 대상을 제시한 연구 결과라고 카이스트는 설명했다.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처음 바이러스가 유입돼 감염되는 폐 조직 내에서 즉각적인 면역세포의 활성화가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면역세포의 대부분은 대식세포(macrophage)로 코로나19 환자가 감염된 후 혈류를 통해 활성화된 단핵구가 폐 조직으로 들어오며 추가로 대식세포로 분화해 바이러스에 감염된 폐 조직 세포들을 제거한다.

코로나19 감염 후 일어나는 초기의 면역반응과 그 시간에 따른 변화를 폐에서 면역세포를 여러 차례 얻어 연구하는 것은 환자를 통해서는 불가능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연구진은 페럿과 같은 호흡기 감염 동물모델이 바이러스 감염 후 면역반응의 정확한 면모를 밝히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충북대학교 최영기 교수 연구팀은 실험동물인 페럿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수성이 있다는 것을 세계 최초로 학계에 보고하기도 했다.

공동연구팀은 동물모델을 이용해 감염이 진행되는 동안 폐 내 면역세포의 변화를 첨단 연구기법인 단일세포 시퀀싱을 이용해 정밀하게 분석했다. 또 폐 면역세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대식세포를 10가지 아형으로 분류해 이중 어떤 대식 세포군이 폐 손상에 기여하는지를 분석했다.

그 결과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2일 후부터 혈류에서 활성화된 단핵구가 급격하게 폐 조직으로 침윤하며 대식세포로 분화, 양적으로 증가함을 확인했다고 한다. 특히 이런 혈류 기원 침윤 대식세포들은 염증성 대식세포의 성질을 강하게 나타내며, 바이러스 제거에 기여할 뿐 아니라 조직손상을 일으키는 주범이 될 수 있음을 제시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또 이런 대식세포 분화의 양상은 중증 코로나19 환자들의 폐 조직에서 관찰되는 변화와도 높은 유사도를 보인다고 강조했다.

공동연구팀은 현재 면역억제제를 투약받은 코로나19 환자들의 면역반응 변화를 종적으로 추적하면서 ‘사이토카인 폭풍’과 같은 치명적인 중증 코로나19 과잉면역반응의 적절한 제어와 약물의 면역학적 효과를 규명하는 후속 연구를 진행 중이다.

카이스트 박수형 교수는 “코로나19가 감염된 직후 시간에 따른 변화를 감염 전과 비교해 정밀하게 규명한 것이 이 연구의 가장 큰 수확”이라며 “감염 후 폐 손상이 특정 염증성 대식세포에 의한 것임을 규명해 중증 코로나19 환자에서 사용되는 면역억제 치료 전략을 정교하게 만들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세종=조택영 기자 cty@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