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진흙탕 싸움’ 된 보수야권 통합

김주훈 기자
입력일 2021-08-04 13:32 수정일 2021-08-04 13:34 발행일 2021-08-0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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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훈 정치경제부 기자
김주훈 정치경제부 기자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합당 협상이 양측의 감정싸움으로 악화되면서 벼랑 끝으로 치닫고 있다. 서로를 향해 온갖 비방을 쏟아내는 모습에 공당의 무게감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지지자들에게 정치 혐오감만 불러일으키는 논쟁은 멈추고, 협상장에서 결론을 내주길 바란다.

양 당의 합당 논의가 장기화된 주된 원인은 ‘당명 변경’에 대한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미 몇 달 전부터 이러한 논쟁으로 불협화음은 계속 발생했지만, 지난달 27일 합당 실무협상이 결렬된 것이 결정적 뇌관 역할을 했다.

이러한 입장 차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치사에 새바람을 일으킨 이준석·안철수 대표는 구태 정치인들과 달리 소통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이 대표의 일방적인 합당 협상 논의 시한 통보나, 이를 회피하는 안 대표의 행태는 공당의 대표로서 책임감이 부족해 보인다.

더욱이 실무협상이 종료된 이후 페이스북과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네 탓’ 공방과 여론전에만 치중하는 모습에 실망감은 더욱 커졌다. 물론 합당 문제에 대해 이 대표가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당대표로서 책임감을 보여준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당에 ‘합당에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 묻는 것은 페이스북이 아닌 협상장에서 해야 하는 말이다. 안철수 대표도 마찬가지다. 안 대표가 아직까지 명확한 답도 결정도 내리지 않는 것은 국민의당 대표로서 무책임한 것이다.

지난 6월 양 당 대표가 합당 논의를 위해 만났을 당시 이 대표는 “국민이 합당 과정을 불안한 눈빛으로 보지 않도록 신뢰를 바탕으로 마무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이에 안 대표도 ”오늘 상견례를 시작으로 조속하게 실무협의가 이뤄질 수 있길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불과 두 달 전 서로에게 했던 말을 이제는 지켜야 할 때다. 갈수록 장기화되는 논쟁과 진흙탕 싸움에 피로감이 누적되는 것은 야권 통합을 바라는 지지자들임을 명심해야 한다.

김주훈 정치경제부 기자 shadedoll@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