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전세계 망신 당한 올림픽 ‘막장중계’

조은별 기자
입력일 2021-07-29 18:30 수정일 2021-07-29 22:01 발행일 2021-07-3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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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Talk] '황당한 올림픽 중계' 눈총 받는 방송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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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도쿄 올림픽이 방송사들의 ‘막장중계’로 태극전사들의 선전을 가리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23일 올림픽 개회식에서 부적절한 사진과 자막을 사용해 콘텐츠 최고 책임자인 사장의 사과까지 부른 MBC를 비롯해 SBS, KBS, YTN 등 각 방송사들이 올림픽 정신을 훼손하는 시대착오적인 중계와 오타투성이 자막으로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준공영방송인 MBC는 올림픽 참가국에 대한 모욕적인 소개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망신을 톡톡히 당했다. MBC는 우크라이나 선수들을 소개할 때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로 무너진 건물 사진을, 아이티를 소개할 때 폭동사진을 사용해서 거센 질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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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화면캡처

이어 이틀 뒤인 25일에는 루마니아와의 남자 축구 조별리그 B조 2차전 경기에서 자책골을 기록한 상대 선수를 겨냥해 “고마워요 마린”이라는 자막을 화면 상단에 노출하는 무례를 저질렀다. 

MBC의 중계 참사는 외신도 비중있게 보도했다. 미국 CNN, 폭스뉴스, 영국 로이터, 프랑스24,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호주 7뉴스 등 각국도 ‘부적절한’(Inappropriate), ‘기괴한’(Bizarre), ‘무례한’(Disrespectful), ‘모욕적인’(Offensive) 등의 단어를 사용하며 MBC의 중계 참사를 전했다. 미국 뉴욕 타임스는 “MBC가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도 참가국을 폄훼하는 자막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징계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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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이 커지자 MBC 박성제 사장은 26일 서울 상암동 문화방송 경영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신중하지 못한 방송, 참가국에 대한 배려가 결여된 방송으로 상처 입은 해당 국가 국민들과 실망한 시청자들께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책임자에 대한 문책과 재방발지 시스템 마련, 상대국에 대한 사과도 약속했다. 

그러나 사장이 사과를 한 당일 열린 유도 남자 73㎏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재일동포 3세인 안창림의 동메달 획득 소식을 전하는 과정에서 MBC는 “우리가 원했던 색깔의 메달은 아닙니다만”이라는 발언으로 ‘금메달 지상주의’라는 지적과 함께 누리꾼들의 뭇매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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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화면캡처

27일에는 태권도 80㎏ 초과급 준결승에 출전한 인교돈 선수의 이름을 ‘인교톤’으로 오기하며 사장의 사과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접수된 관련 민원만 175건에 달한다. 

‘올림픽 막장 중계’는 비단 MBC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공영방송인 KBS는 탁구 신동 신유빈과 단식에서 맞붙은 58세 룩셈부르크 대표 니시아리안에 대해 ‘숨은 동네 고수’라고 표현해 상대 선수에 대한 비하 발언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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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화면캡처

여자 양궁 9연패 신화를 이룬 선수들에게 ‘낭자’ ‘공주’라는 성차별적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보도전문채널 YTN은 남자 수영 자유형 결승 200미터를 ‘미리미터’로 표기했다. ‘뼈를 깎는 노력’을 ‘피를 깎는 노력’이라고 자막에 표기한 방송사도 있었다. 

스포츠를 통해 세계 평화에 이바지한다는 올림픽 정신은 실종됐다. 레거시 미디어의 유산인 낡은 중계방식과 데스킹 기능이 무너진 방송사들의 시청률 경쟁이 빚은 참사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