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은 못잡겠고, 책임 면피용인가" 잇단 경고에 반응은 '싸늘'

채현주 기자
입력일 2021-07-28 15:04 수정일 2021-07-28 15:53 발행일 2021-07-2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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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은성수 금융위원장, 홍남기 부총리,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김창룡 경찰청장(사진=연합)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또다시 집값 고점 경고를 날렸다. 그러나 치솟는 부동산 시장에 대한 안정화 대책은 내놓지 않았다. 지난 6월부터 정부 고위당국들이 잇달아 대책없는 집값 버블 경고만 나서고 있는 것에 대해, 일각에선 집값 하락 등 만약을 대비한 책임 면피용이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28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부동산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열고 “부동산 시장이 예상보다 큰 폭의 조정을 받을 수 있다며 추격 매수에 신중해야 한다”는 내용의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했다. 그는 “아파트 실질가격, 주택구입 부담지수,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 등 주택가격 수준과 적정성을 측정하는 지표들이 최고 수준에 근접했거나 이미 넘어서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기자들이 ‘집값 조정이 될 수 있는 시기’에 대해 묻자 홍 부총리는 “조정이 언제 또 얼마만큼 수준을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도 않고 또 이렇게 숫자적으로 확정적으로 말할 수 있는 사안도 아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그와 같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시장 거래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홍 부총리는 시장 안정방안을 내놓기보다는 지금까지 누누이 주장해 온 알맹이 없는 내용만 반복하면서 집을 사지 말아 달라 호소하는 수준이었다. 이날 함께 자리한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등 부동산 관계 장관들도 마찬가지였다. 노형욱 국토부 장관은 “사전청약 대상을 민영주택까지 대폭 늘리는 등 주택 공급을 최대한 앞당길 예정”이라며 섣부른 추격 매수에 나서지 말라고 당부했고,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주택 대출을 더 조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창룡 경찰청장까지 나서 부동산 시장교란행위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경고했다.

홍 부총리는 최근 두 달 사이에 다섯 번이나 집값 경고를 해왔다. 하지만 그때마다 시장 반응은 반대로 흘러갔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홍 부총리 발언 이후 최근까지 서울 아파트값은 1.1% 상승했고, 수도권 아파트는 2.7%나 뛰었다. 연이은 집값 폭등으로 정부의 부동산 신뢰가 바닥을 치면서 정부와 반대로 움직이면 성공한다는 움직임까지 나온다.

정부가 집값 안정을 위해 내놓은 전국에 83만 가구를 공급하는 2·4 대책 공급은 불투명해진데다,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세제를 강화하다 최근에는 규제를 일부 완화하는 오락가락 정책을 펼치는 등 정책의 일관성을 지키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건축단지 조합원에 2년 실거주 의무제도를 1년 만에 철회해 세입자만 애꿎게 계약 연장을 못 하고 집을 비워줘야 했다.

전문가들 반응은 차갑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담화문이라고 해서 뭔가 내용이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거의 읍소 수준이어서 주목할 내용은 없다고 보인다. 짠한 느낌마저 든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지금까지 워낙 시장과 관련해 말을 많이 해왔기에 오늘 담화문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전셋값이 올라가도 매수에 나서지 말라고 당부하고 집주인에게 임대료나 집값을 올리지 말라고 하면 그것이 먹힐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이어 “당장 내가 들어가 살 집이 없고, 분양받을 기회가 없는데 시장이 안정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집값은 잡지 않고 잇달아 공포마케팅만 하고 있는 것에 대해 집값 붕괴를 대비한 책임 면피용이 라는 시각도 나온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집값 하락 시 ‘우리가 그때 버블 붕괴 경고했잖아’라고 할 수 있는 있는 책임 면피용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채현주 기자 1835@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