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현실 감각 떨어지는 대권 후보들

권규홍 기자
입력일 2021-07-21 14:30 수정일 2021-07-29 14:51 발행일 2021-07-2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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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규홍 정치경제부 기자

제 20대 대통령 선거가 1년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연일 여야 대선주자들의 일거수일투족(一擧手一投足)이 국민들의 큰 주목을 끌고 있다.

이 가운데 유력한 야권 대선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의 주 52시간 근무제를 비판하며 ‘주 120시간 노동’ 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윤 전 총장의 말대로 노동을 한다고 가정하면 120시간은 하루 24시간을 1분도 쉬지 않고 5일간 꼬박 일해야 하는 시간이다. 주 6일간 일한다고 쳐도 하루에 20시간이라는 장시간 노동을 해야 한다.

당장 여당에서는 윤 전 총장을 비판하는 거친 발언들이 쏟아졌다. 대권 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는 윤 전 총장을 향해 “생각 좀 하고 말하라”고 직격탄을 날렸고, 김영배 의원은 “영국 산업혁명 시기 노동시간이 주 90시간, 나치 아우슈비츠 수용소도 주 98시간 노동이었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또 최근 대권 도전을 선언하며 국민의힘에 입당한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첫 행보로 부산 해운대 일대를 돌며 쓰레기 청소 작업을 하는 등 선거를 앞두고 대중적인 이미지 메이킹에 들어갔지만 “쇼하고 있다”는 정치권의 비판을 피하지는 못했다.

이들은 현직에 있을 때 무소불위의 권력을 흔들며 대중들과의 교감이 거의 없다가 선거를 앞두고 갑자기 민심을 청취하겠다며 시장을 방문하고, 국밥을 먹고, 노동자들을 만나거나 하는 식의 행태를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대가 변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달리고 있는 오늘날의 대한민국에서 대선주자들의 일생은 당장 스마트폰으로 몇 초만 검색해도 그 사람이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 바로 알 수 있게 됐다. 대선 주자들이 여전히 현실 감각을 키우지 못한 채 선거에 나선다면 유권자의 매서운 심판을 피할 길은 없어 보인다.

권규홍 정치경제부 기자 spikekwon@viva100.com